전남 진도에서 봉사 중인 자원봉사자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24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는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케밥을 제공하는 봉사를 하다가 철수한 케밥 자원봉사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이날 오전 8시께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한국인과 터키인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케밥 조리를 시작했다.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왔다"는 이들은 케밥이 만들어지자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주변사람에게 나눠주기 시작했고 케밥을 체육관 안까지 직접 나르며 열심히 자원봉사를 했다.
케밥을 준비 중인 간이식탁 아래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붙어 있었다.
서울에서 터키식당을 운영한다는 4명의 터키인은 이날 0시 30분에 출발해 새벽 5시가 다 돼서 실내체육관에 도착했다고 전해졌다.
특히 이들 모두 특정 봉사단체나 기업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사비를 털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한국인 남성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두 10년 이상 한국에서 살아온 터키사람들이다"라며 "사고 소식을 듣고 케밥으로라도 돕고 싶다는 마음에 한국인 직원들과 진도로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심어린 봉사는 오래가지 못했고 이날 오후 1시께 철수했다.
케밥을 만들며 풍기는 고기 냄새와 낯선 풍경이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세월호 침몰 현장의 숙연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케밥 자원봉사자는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실종자 가족분들과 여기 다른 자원봉사자 분들을 위해 오늘 점심까지만 만들고 가려고 했다"면서 "우리의 마음이 왜곡돼지 않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인 케밥봉사자는 "진도군청의 허가를 받고 사고 현장을 찾았는데 심려를 끼쳤다"며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자는 의도만큼은 제대로 전달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문화적 차이 때문인데… 그 아름다운 마음만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아주 미묘한 문화적 차이인데 여기서는 과민반응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어땠는지 여기서는 알 수가 없다"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거기 내려간 터키 분들이 저보다 수천 배 훌륭한 분이라는 것. 그 말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