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SK와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통산 100세이브-100홀드 고지에 오른 롯데 불펜 정대현.(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국내 최고의 언더핸드 기교파 투수 정대현(36, 롯데)이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사상 최초로 100홀드-100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정대현은 3일 친정팀 SK와 문학 원정에 3-1로 앞선 6회 2사 만루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팀 리드를 지켜냈다. 시즌 3호이자 통산 100호 홀드다.
이 홀드로 정대현은 100세이브-100홀드 고지를 동시에 정복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난 2001년 SK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14시즌 만의 대기록이다.
▲마무리-중간, 언제든 등판 가능한 '마당쇠'마무리와 중간 계투를 오갈 수 있는 전천후 불펜이라는 의미다. 사실 100홀드는 류택현, 이상열(이상 LG) 등에 이어 정대현이 6번째다. 574경기 만의 기록으로 400경기 초반에 일궈낸 정우람(SK), 권혁, 안지만(이상 삼성) 등에 뒤진다.
경기 후 정대현은 "다른 선수들도 어느 정도 경력이 되면 가능한 기록"이라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동안 이 기록을 달성할 선수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앞선 100홀드 선수들이 세이브에서는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좌타자 전문 왼손 스페셜리스트이거나 중간 계투 요원으로 주로 뛰었던 까닭이다. 그나마 마무리 경험이 있는 정우람이 통산 46세이브를 올렸고, 권혁이 11세이브다. 올해 초반 삼성의 뒷문을 맡았던 안지만이 고전한 데서 보듯 계투 요원이 마무리를 맡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전문 마무리는 중간에 등판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홀드도 적다. 통산 최다 세이브(277개)를 올린 오승환은 통산 11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 구원왕 손승락(넥센)도 통산 133세이브 5홀드를 작성 중이다.
전문 마무리로 확실하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만큼 정대현의 활용 폭이 넓다는 뜻이다. SK '벌떼야구'의 선봉장 '여왕벌'로 군림하던 시절 정대현은 3시즌이나 동시에 두 자릿수 세이브와 홀드를 올렸다. 팀이 원하면 언제 어느 상황이든 등판이 가능한 마당쇠다.
▲MLB 무산 아쉬움 속 이뤄낸 업적 사실 정대현이 세운 전인미답의 기록은 이뤄지지 않을 뻔했다. 지난 2011시즌 뒤 계약 직전까지 갔던 메이저리그 진출이 성사됐다면 나오지 않을 역사였다. 정대현은 2011시즌까지 통산 99세이브, 76홀드를 기록 중이었다.
SK에서 11시즌을 보낸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정대현은 미국 볼티모어와 계약 합의까지 이뤄내 미국 진출을 눈앞에 뒀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미국을 상대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13⅓이닝 2실점 쾌투를 펼친 정대현이었기에 기대도 컸다. 미국에서 드문 언더핸드 기교파, 특히 싱커가 빼어난 정대현이었다.
그러나 신체검사에서 간 수치가 높아 도장을 찍지는 못했다. 아쉬움 속에 귀국한 정대현은 롯데와 4년 36억 원 계약을 맺었다.
FA 첫 시즌인 2012년 정대현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평균자책점(ERA) 0.64를 찍었으나 부상으로 24경기 등판에 머물며 2승 1세이브 5홀드로 팀 기여도가 많지는 않았다. 다만 통산 100세이브 고지에 올라 위안을 삼았다.
지난해는 58경기 5승4패 1세이브 16홀드 ERA 3.33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승2패 1세이브 3홀드 ERA 6.92를 기록하면서 올해 구위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찾았다. 정대현도 경기 후 "결과(1실점)는 안 좋았지만 내 공을 던졌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강조했다. 빠르지는 않지만 묵직한 구위처럼 정대현의 꾸준한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