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을 근접 지원하는 채봉주 비디오분석관, 차윤석 장비담당관, 김형채 조리장, 신동수 NFC 관리팀장, 황인우 의무팀장(이상 왼쪽부터)이 '홍명보호'의 선전을 기원했다. 윤창원기자
'홍명보호'의 월드컵 8강 도전은 벌써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축구대표팀 지원스태프 미디어 데이 행사를 열었다.
축구협회는 16강을 너머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도전하는 '홍명보호'를 적극 지원할 각 분야 지원스태프를 미리 만나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표선수들이 직접 착용하는 장비와 활동 무대인 잔디, 부상 선수를 관리하는 의무, 경기 전 선수단이 가장 애용하는 영상 분석. 그리고 선수단의 컨디션에 직접 영향을 끼칠 식사까지 5명의 정예 스태프다.
▲'대표선수들의 사랑을 한 몸에' 차윤석 장비담당관대학 4학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축구대표팀 장비담당관이 어느덧 10년째다. 경험한 월드컵도 2006년 독일 대회부터 벌써 세 번째. 장비에 예민한 선수들도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유니폼부터 양말까지 모든 장비를 선수의 몸에 맞추는 것이 차 담당관의 역할이다. 그러다 보니 준비해야 할 물건이 상상을 초월한다.
차윤석(35) 장비담당관이 미국 전지훈련과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로 가져갈 장비만 무려 3.5톤에 달한다. 가져갈 가방도 70개나 된다. 선수들이 전지훈련부터 입을 옷 종류만 3~40가지에 달하고 훈련에 사용할 공과 허들 등 각종 장비까지 모두 차 담당관이 챙겨야 할 목록에 올랐다.
차 담당관은 선수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장비를 관리하는 만큼 "나는 잘해야 본전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선수들과 오랜 합숙 생활에 웬만한 선수들의 옷 치수를 모두 외울 정도가 됐다는 그는 선수들의 요구에 맞춰 각종 의류를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드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꼼꼼하게 준비해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차 담당관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내가 바로 잔디박사" 신동수 NFC 관리팀장축구협회는 지난 2009년 골프장 잔디 전문가로 일하던 신동수(43) NFC 관리팀장을 전격 스카우트했다. 선수들이 직접 뛰며 경기력을 발휘할 잔디 관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파주NFC가 처음 생겼을 당시부터 대표팀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잔디를 관리했던 신 관리팀장은 지난해 FA컵 결승 당시 잔뜩 얼어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생생하게 되살린 일화는 축구계에서도 유명하다.
아무래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그의 눈은 브라질 잔디에 쏠려있다. 국내와 생육 환경이 다른 만큼 아무래도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파주NFC와 같은 종(켄터키 블루 그라스)로 브라질월드컵 경기장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행스러운 점이다.
"브라질 잔디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현지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신 관리팀장은 "브라질은 경기장이 최근에 만들어진 갓 만들어진 탓에 아무래도 다른 경기장에 비해 무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경기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픈 선수도 뛰게 만드는 마법사, 황인우 의무팀장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지면 가장 먼저 달려나가는 황인우(41) 의무팀장. 그는 대회 전부터 가장 바쁜 지원스태프다. 대표팀 최종명단에 포함될 후보 선수들의 현재 상태를 점검하는 것부터 소집 후에는 다친 선수들이 빨리 정상 훈련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부분의 대표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황 의무팀장의 손을 거친 만큼 그의 손이 닿으면 마법처럼 부상도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크다. 선수들의 커진 믿음만큼 황 의무팀장이 챙겨야 할 짐은 더욱 많아졌다.
세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는 그는 지난 남아공 대회보다 더 많은 짐을 준비했다. 소소한 약품까지 챙기려다 보니 지난 런던 월드컵보다 150종이 넘는 새로운 약품이 더해졌다. 여기에 선수들의 회복을 돕는 각종 장비까지 가져가야 한다.
황 의무팀장은 아픈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도록 최상의 지원을 하는 역할을 18년째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부상은 선수 본인이 치료하는 것이다. 나는 그저 옆에서 돕는 사람일 뿐"이라고 선수들의 회복 의지를 강조했다.
▲"상대팀의 모든 경기도 내 손에 다 있다"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파주NFC에서 소집할 때나 대회가 열리는 현지에서도 선수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까지 홀로 외롭게 일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채봉주(34) 비디오 분석관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 장면은 물론, 상대팀의 경기 장면에 홍명보 감독부터 선수 개개인까지 각자가 원하는 장면을 찾아 제공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대학생 시절 우연한 기회에 비디오 분석관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자신의 미래를 걸겠다는 결심을 했다. 9년을 매진한 결과 축구대표팀이 가장 많이 찾는 지원스태프가 됐다. 이 때문에 대표팀이 소집하면 하루에 3시간을 자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의 최근 2년간 10경기 이상의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그는 이미 모든 작업을 마쳐 코칭스태프에 각 팀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제공했다. 전체 경기는 물론, 각 상황에 따른 분석은 이미 끝났다.
경기 영상을 찍는 과정에서 스파이로 몰려 경기장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는 채 분석관은 "대표선수들이 '형이 보여준 영상이 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고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원했다.
▲"대표팀 입맛은 내가 책임집니다!" 김형채 조리장
2006년부터 축구대표팀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김형채(41) 조리장은 자신의 조리복에 태극기를 붙이고 있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선수들이 먹는 것 하나하나가 경기력으로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 신경 쓸 부분도 많다.
해외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며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기 위해 선수들의 입맛을 살릴 각종 양념과 건어물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국내에서 가져가는 물품만 700kg에 달한다. 고기와 생선, 야채 등 신선식품은 미국과 브라질 현지에서 직접 조달한다. 이 모든 물품은 16강 진출까지 미리 대비해 준비한다.
한식은 물론, 일식과 양식까지 김 조리장의 손을 거친 음식은 하나같이 선수들의 인기 메뉴다. 김 조리장은 "식사를 마친 선수들이 감독에게 인사하듯 무안할 정도로 잘 먹었다고 인사할 때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조리장이 직접 밝힌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비법은 역시나 한식이었다. 경기 전에는 가볍게 된장국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경기 후 지친 선수들에게는 매콤한 김치찌개로 활력을 되찾게 하는 것이 그만의 필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