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 언론시사회가 7일 오후 서울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 열린 가운데 배우 송승헌(왼쪽)과 임지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파격' '19금' 등 자극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 '인간중독'은 정통 멜로였다.
7일 서울 행당동에 있는 CGV왕십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인간중독은 극 중 한 인물의 대사처럼 "누가 목숨 걸고 좋다고 하면 어쩔래?"라는 물음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었다.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하관계로 맺어진 최상류층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이날 언론시사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우 감독은 "어른들이 보는 영화이니 파격이라고는 할 수 없을 듯하고, 무엇보다 사랑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일생에서 가장 힘들면서도 아름다운 이벤트일 텐데, 돌발적이고 감정적인 것들이 모인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 사랑의 작용이고 힘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1969년을 배경으로 선택한 데는 정치·역사적 의도보다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과 월남에서 돌아온 군인들처럼 변동적인 독특한 분위기로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절이기에 그 풍경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인간중독은 출세가 보장된 엘리트 장교 김진평(송승헌)과 그러한 진평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아내 이숙진(조여정), 진평의 부하로 야심을 품고 사는 경우진(온주완), 그리고 진평과 위태로운 사랑을 나누게 되는 우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 극의 흐름을 이끈다.
기자간담회에서 송승헌은 "처음으로 노출신도 베드신을 해봤는데, 그 부담을 던 데는 남녀가 만나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라고 여길 수 있도록 감독님이 신뢰를 주셨기 때문"이라며 "노출보다는 아내가 있는 상황에서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진평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더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서른 살을 넘기면서 스스로 만든 울타리 안에 갖혀 있는 저를 봤고,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하고 싶은 다양한 캐릭터를 볼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영화 '인간중독' 언론시사회가 7일 오후 서울 행당동 왕십리 CGV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김대우 감독과 배우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온주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인간중독을 통해 상업 영화 데뷔식을 치른 임지연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고 위태로운 사랑이 와 닿았기에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노출에 대한 부담도 촬영을 진행하면서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와 같은 사랑을 실제로 만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게 행복할 테니 사랑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연이 연기한 가흔을 화교로 설정한 것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새를 좋아하고 중국어를 쓰는 데서 오는 비일상적인 느낌, 두근거림을 주고 싶었다"며 "사랑에 있어 충격적인 사건은 배신이 아니라, 그 사랑이 일상이 되는 것이기에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추구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극중 진평과 가흔의 간절한 사랑이 돋보일 수 있던 데는 조여정 온주완 등 조연의 도움이 컸다.
조여정은 "숙진 역을 하게 됐을 때 감독님께서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고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지는 게 유일한 행복이라고 믿는 아내의 모습을 요구하셨는데, 남편을 숨막히게 하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 사람을 연기하려 애썼다"며 "시나리오 읽으면서 진평의 사랑 때문에 울었는데, 오늘도 영화 보면서 제가 가장 많이 운 것 같다"고 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