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KBS 보도국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9일 새벽 KBS 사장의 공개사과와 보도국장 파면 요구에도 KBS가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항의가 KBS에 이어 청와대를 향해 분출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관계자 2~3백여명은 9일 새벽부터 청와대 인근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들은 이날 새벽부터 이시각까지 청와대 인근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 집결해 경찰과 대치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가족들의 밤샘 농성은 KBS보도국장의 발언에 대한 거센 항의에서 촉발됐다.
"세월호 사망자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는 KBS 보도국장의 사석 발언이 알려지면서 가족들은 8일 밤부터 KBS 본관 로비에서 공식 사과와 문책을 요구했지만 사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가족들은 다음날 새벽 2시 넘어 청와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청와대로 행진하다 경찰에 제지를 당했다.
이후 종로구 청운효자 주민센터 앞에서 자리를 잡고 침목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센터 인근에는 금세 노란색 리본이 둘러쌓였고, 취재진과 인근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안산 단원고 생존자 가족들도 오전에 이곳에 도착해 대열에 합류하면서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9일 새벽 KBS 사장의 공개사과와 보도국장 파면 요구에도 KBS가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가족들은 "우리는 시위하러 온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얼굴 좀 보고 얘기를 하러 왔다"며 "대통령과 만나기 전까지는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부터 가족 대표들과 약 3시간 가량 면담을 실시했다.
수석들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유경근 가족 대표는 청와대 수석들과의 면담 직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일정을 조율해서 면담 가능 여부와 시기를 알려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KBS 보도국장 발언에 대해서도 청와대 수석들은 "언론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관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KBS측에 진상을 파악해 최대한 후속 대처를 요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KBS 사장과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철야 대치 사태는 KBS 보도국 간부들이 8일 오후 안산 합동분향소로 찾아오자, 분향소 옆 천막에 있던 유가족들이 이에 대해 강한 분노를 터트리며 시작됐다.
한편 KBS 측은 이날 새벽 자사 홈페이지에 "당시 발언은 한달에 교통사고로만 500명이 사망하는데 그동안 이런 문제에 둔감했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해야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