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번 주중에 공개할 집단 자위권 관련 사례집에 '한반도 유사시'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연립여당(자민·공명당) 협의를 위해 집단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상황 등을 예시한 이번 사례집에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서 피난하는 일본인 등 민간인을 수송하는 미국 항공기와 선박을 자위대가 호위하는 상황이 포함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사례집에는 이 외에도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응전,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 요격, 일본 근처에서 무력 공격을 한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항행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진입 검사, 일본의 민간 선박이 항행하는 외국 해역에서의 기뢰 제거 등이 집단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소개된다.
또한, 사례집에는 집단 자위권과 별개로, '집단안보'와 '그레이존(gray zone·회색지대) 사태(자위대 출동과 경찰 출동의 경계에 해당하는 사태)'와 관련한 사례도 관련 법제 정비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소개된다.{RELNEWS:right}
집단안보와 관련해서는 국제 평화활동을 함께하는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한 경호시 자위대의 무기 사용과 국제 평화활동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에 대한 후방 지원 상황, 그레이존 사태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영해에 침입한 잠수함이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 무장집단이 낙도에 상륙한 경우 등이 각각 열거된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아베 내각은 이번 주 이 같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기본적 방향성'이라는 제목을 붙여 연립여당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내각은 당초 '정부 방침'이라는 제목을 붙일 예정이었지만 집단 자위권 행사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공명당이 '정부의 입장을 강요하는 모양새'라며 반발하자 '기본적 방향성'이라는 용어를 택했다.
동맹국 등 외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한 중대 과업으로 삼는 현안이다.
과거 일본 정부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유지했지만 아베 총리는 각의 의결을 통해 헌법 해석을 변경,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주중 집단 자위권에 대한 '기본적 방향성'을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뒤 각의 결정을 통한 헌법해석 변경을 거쳐 자위대법 등 개별법 개정,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