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 파주NFC에서 열린 ‘역대 월드컵대표팀 감독 초청 오찬’ 기자간담회에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차범근, 김정남, 정몽규 축구협회장, 홍명보, 이회택, 김호, 허정무, 조광래 (사진=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jordanh@cbs.co.kr)
"1986년에는 월드컵을 모르는 세대였다. 지금은 월드컵을 보면서 자란 세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정남 감독의 한 마디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 나섰던 이회택 감독은 "대회 장소에 일찍 들어갔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일주일 전에 입국한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 우루과이와 할 때 경기력이 좋았다. 2~3주만 먼저 입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무대를 수놓았던 역대 사령탑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 그 영욕의 세월을 엿볼 수 있다.
'흑역사'로 출발한 월드컵 도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는 홍명보호에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가르침이 된다.
20일 오전 역대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거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등 외국인 감독들을 제외하고 김정남, 이회택, 김호(1994년 미국 대회), 차범근(1998년 프랑스 대회), 허정무(2010년 남아공 대회), 조광래(2014년 월드컵 예선) 등이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을 찾았다.
감독들은 이날 오전 파주NFC를 방문해 오찬을 함께 하며 옛 이야기를 주고받음과 동시에 홍명보호를 향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옛 대표팀 사령탑들은 하나같이 홍명보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선수' 홍명보와 함께 월드컵 무대에 나섰던 이회택 감독과 김호 감독은 홍명보호의 선전을 굳게 믿었다.
이회택 감독은 "홍명보는 항상 운을 갖고 다니는 사나이다. 런던올림픽 때도 여러 번 고비가 있었지만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면서 "선수 선발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잘했다 못했다는 끝나고 따져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김호 감독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큰 선수였다. 지도자로서 단계별로 제대로 밟고 올라왔다.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나무랄 데 없는 지도자다"라고 칭찬했다.
역대 대표팀 사령탑들은 과거와 비교해 현재 대표팀이 경험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평균 연령은 낮은 편이지만 유럽이나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대표팀 단장을 겸하는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젋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이번 대표팀을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히 미드필더진의 능력이 좋고 경험도 많다. 허리가 좋아야 사람도 건강하듯이 최강을 꼽을 때 이 팀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1986년 대회에 선수로 뛰었던 조광래 감독은 "그 때에는 두려움이 많았다. 강한 팀과 경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지금은 유럽에서 큰 대회를 해본 선수들이 많다. 많은 경험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라면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NEWS:right}프로와 대표팀 감독 시절 분석력이 남달랐던 김호 감독은 대표팀을 향해 구체적인 수비 전술을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대표팀이 경험은 가장 많다"며 "앞선에서 5m, 10m를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말고 단 2m라도 빨리 다가가 도와주면 수비를 정돈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신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