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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당장 '비디오 판독 확대' 못 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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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 당장 '비디오 판독 확대' 못 하는 속사정

    '오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20일 한화-넥센의 목동 경기에서 4회 넥센 김민성(오른쪽)이 한화 포수 정범모의 블로킹에 막혀 태그되는 모습. 김민성의 발은 홈플레이트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판정은 세이프였다.(자료사진=한화)

     

    또 오심이 나왔다. 이에 따라 비판 여론도 들끓고 있다. 비디오 판독 확대 의견 역시 다시 힘을 받고 있다.

    20일 목동 한화-넥센의 경기에서 오심이 발생했다. 4회말 넥센 공격 무사 1, 3루에서 박헌도의 좌익수 뜬공 때 홈으로 쇄도한 김민성이 받은 세이프 판정이다.

    한화 좌익수 장운호가 송구했고, 포수 정범모가 받아 완벽한 블로킹으로 김민성을 막고 태그를 했으나 이영재 주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특히 김민성은 블로킹에 막혀 홈플레이트를 밟지도 못했다.

    넥센은 1-0으로 앞선 가운데 귀중한 추가점을 얻었다. 반면 한화는 선수들의 거센 항의에도 판정이 번복되지 않아 큰 점수를 잃었다. 결국 한화는 1-3 패배를 안았다.

    광주에서도 같은 날 오심이 나왔다. KIA가 1-0으로 앞선 3회 수비 1사 만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병살 플레이로 연결했으나 LG 타자 조쉬 벨은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중계 화면에는 공이 발보다 빨랐다. 이닝 종료 상황이 동점으로 이어졌다. 결국 KIA가 10-7로 이기긴 했으나 당시는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올해 더욱 뜨거운 오심 논란

    올해 오심 논란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이 경기 중 그라운드로 난입해 심판에 폭행을 가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심판이 질병을 이유로 경기 중 교체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인은 중계 기술의 발달에 인간의 육안이 따라가지 못하는 괴리감 때문이다. 중계 카메라는 수천분의 1초, 찰나의 순간까지 잡아낼 정도가 됐으나 심판의 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그러진 팬심도 자제해주세요' 지난달 30일 SK-KIA의 광주 경기에서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에게 위해를 가한 뒤 경호원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는 한 팬의 모습.(자료사진=KIA)

     

    역설적으로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8, 9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전 경기 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중계 카메라도 부족했다. 때문에 오심 논란이 나오기 어려웠다. 그러나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 경기 중계가 이뤄지고 팬들이 관중석에서도 휴대전화 등을 통해 중계 화면을 지켜볼 정도가 되면서 천라지망을 벗어나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 야구인은 "예전에는 오심이 나와도 중계 화면이 없어 감독과 선수들이 항의하기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면서 "그렇게 돼도 찻잔 속에 태풍처럼 경기장에서만 이뤄졌지 공론화가 되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모든 장면들이 거의 리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그래서 심판들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MLB)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부터 MLB는 비디오 판독을 기존 홈런 1개 항목에서 포스 아웃, 태그 플레이 등 13개 항목까지 늘려 시행하고 있다. 팬들의 눈높이가 MLB에 맞춰지면서 한국 야구의 오심이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당장 비디오 판독 확대는 어려워"

    때문에 비디오 판독 확대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 감독들 역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KBO 역시 들끓는 여론에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당장 시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100억 원 정도가 예상되는 비용 등의 문제가 아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TV 중계 화면을 이용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고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올해 비디오 판독 확대 시행은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시즌 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야구 요강, 대회 규칙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바꾸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각 구단들의 이해 관계와 앞선 경기들의 소급 적용 등의 난제가 산적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KBO만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 관계자는 "중계를 하는 해당 방송사와 협의와 설득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중계사도 팬들의 요구에 따라 리플레이 화면을 제공하지만 판정에 영향을 줄 경우라면 소극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판 자성-팬들 성숙한 인내 필요한 시점

    '심판들도 힘들어요' 최근 오심 논란이 크게 번진 데는 다소 고압적인 심판들의 자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심판들은 잘 하면 본전, 못 하면 쪽박이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힘든 직업이다. 사진은 류중일 삼성 감독(가운데)이 심판들에게 어필하는 모습.(자료사진=삼성)

     

    일단 올 시즌은 이대로 치르고 내년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섣부른 움직임보다는 충분한 검토와 사전 작업을 거쳐 도입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심판들에 대한 팬들의 성숙한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많은 야구인들이 "한국 심판의 수준은 결코 미국, 일본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비디오 판독이 확대된 MLB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한국 야구의 오심이 두드러지는 탓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MLB의 경우 시즌 초반 비디오 판독에 따른 판정 번복율이 45%에 달했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비디오 판독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장면까지 합하면 오심율은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추신수(텍사스)가 석연찮은 볼 판정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세계 최고 무대인 MLB에서도 오심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심판들도 적극적으로 자성과 개선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최근 여론이 나빠진 데는 심판들의 다소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도 한몫을 했다는 데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도 있다.

    종목은 다르나 세계적인 명판관으로 이름을 떨친 김건태 배구 심판위원은 "공이 손끝을 스치는 장면은 사실상 판정하기 불가능하다"면서 "때문에 국제배구연맹은 터치아웃의 경우는 심판 평가 항목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한 대목이다. 심판도, 팬들도 한번쯤은 되새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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