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정치 위기가 장기화하자 방콕 시내 한인 상가들이 경기 부진으로 인한 애로를 겪고 있다.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상가, 식당 등은 지난 3월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시내 점거 시위를 중단하자 매출 부진에서 다소 벗어났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잉락 친나왓 전 총리 해임으로 태국 정국 위기가 깊어지면서 다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채응기 재태국한인회장은 21일 한국 교민과 주재원, 기업들이 많이 모여있는 수쿰빗 지역, 아속 사거리 등의 한인 상가들이 태국 정국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몇달째 계속되는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 청사 주변과 주요 교통요지를 점거했던 '방콕 셧다운(shut-down)' 시위를 종결한 뒤 잠깐 경기 회복 조짐이 보였으나 이달 들어 다시 영업난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방콕 시내 있는 식당, 여행 관련 기업 등 한인 상가들은 태국내 한국 교민, 현지 태국인 등을 대상으로 영업 중이나 한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도 주요 고객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치안이 불안해지자 한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이 대폭 감소했다.
이 때문에 골프장, 스파업소, 토산품점 등 한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태국 내 한국계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시위가 시작되기 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인상가가 모여있는 수쿰빗 플라자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윤모씨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매출이 30~40%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쿰빗 플라자는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중심가에 있어 웬만해서는 매출 변동이 심하지 않으나 이번에는 정정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타격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쿰빗 지역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이모씨(32)는 "정정 불안으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자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이 이른 시일 안에 끝나길 바라는 교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씨는 태국에서 정치 갈등은 군대가 나서기 전에 해소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군이 개입해서라도 정치 불안이 빨리 해소되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을 가급적 빨리 매듭짓는 게 경제에 대한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태국 군은 20일 정국 악화를 막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들은 시위 사태로 인한 물리적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