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스)
이승엽(38, 삼성)의 애칭은 '국민타자'다. 소속팀 삼성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이승엽은 항상 타선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했다. 힘이 떨어졌고, 방망이가 나오는 속도도 예전보다 확연히 줄었다. 결국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홈런 13개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종종 6번 타순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1루수 자리도 채태인에게 내주고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전념하고 있다.
올해는 완전히 붙박이 6번으로 변신했다.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등 후배들에게 중심 타선을 내줬다. 벌써 삼성이 44경기를 치렀지만, 여전히 6번 이승엽은 어색하다.
그런데 성적은 좋다. 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할4리에 홈런 9개를 때리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8일 LG전을 앞두고 "5번에 가니까 못 치잖아. 오늘은 이승엽이 칠 거야"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지난 27일 LG전에서 박석민의 부상으로 인해 5번으로 전진배치됐다. 하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류중일 감독의 기대대로였다. 이승엽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삼성을 구했다. 8회초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는 LG 봉중근이 버티고 있었다. 이승엽은 봉중근을 두들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다. 27일 역전패하면서 시즌 11연승과 7회까지 리드시 144연승 기록이 멈춘 삼성에게 다시 승리를 안긴 홈런이었다. 마치 전성기 스윙을 보는 듯 했다.
이승엽도 "이번 스윙이 가장 좋았다"면서 "부드러웠고, 2점 지고 있는 상황이라 집중도 더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유인구 커트도 됐고, 스윙도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8회 터진 홈런이라 더 짜릿했다. 이승엽은 2006년 WBC 일본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도 8회 역전 홈런을 날렸다. 류중일 감독도 "찌릿찌릿하다. 이승엽이 8회에 잘 치니까 칠 것 같은 느낌은 있었는데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고, 이승엽도 "8회는 뭔가 있나보다"라고 기분 좋게 웃었다.
이처럼 6번에서도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이승엽이지만, 만족은 없다.
이승엽은 "만족은 하지 않는다. 홈런 1개를 치면 2개를 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직 조금 부족하다"면서 "내 마음 속 MVP는 박석민이라고 말했다. 볼넷으로 나가줬기에 기회가 왔다. 최형우, 박석민에게 고맙다. 출루를 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