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를 강타한 타고투저 현상은 외국인 타자의 가세와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석연찮은 판정까지 이어져 감독과 심판들 간의 실랑이 장면도 심심찮게 나타난다.(자료사진=KIA)
역대급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그라운드를 강타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득점과 타율, 평균자책점(ERA)은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2일 현재 경기당 득점은 11.20개로 역대 최고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의 9.57개를 넘었다. 전체 타율도 2할8푼8리로 1999년의 2할7푼6리를 웃돈다. 뜨거운 방망이에 마운드도 덩달아 불난 호떡집이다. 전체 ERA는 5.20으로 역시 1999년(4.98)을 넘어 사상 첫 5점대 시즌도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 타자의 가세, 타자들의 힘과 기량 향상, 여기에 상대적으로 엷어진 마운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힘 좋은 용병들의 등장에 쉬어갈 타순이 없어진 투수들이 고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좁은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투수들이 승부구를 던져도 현미경 볼 판정에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 의견은 "오심보다 스트라이크존이 더 문제"라고 쓴소리를 한 김응용 한화 감독이 대표적이다.
2일 현재 경기당 볼넷은 8개로 2012년(6.95개), 지난해(7.55개)보다 늘어났다. 야구계에서는 볼넷 1개에 경기 시간이 5분 는다는 말이 있다. 올해 경기 소요 시간은 3시간 26분(연장 포함)으로 역대 최장인 2009년(3시간22분)을 넘을 태세다.
▲"스트라이크존 좁지 않다…확실한 판정-융통성이 중요"그렇다면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심판들의 입장은 어떨까. 일단 다소 엄격한 판정은 인정하면서도 시즌 중 확대 등의 변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회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좁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존과 관련해 심판위원들끼리 문제점은 없는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다. 도 위원장은 "나도 현역 시절 시즌 중 존 확대 움직임이 있어 심판원들이 시도해봤는데 무위에 그쳤다"면서 "심판뿐 아니라 투수, 타자들까지 적응 기간이 있어 시즌 중 변화는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도 "바뀐 지침을 각 구단, 선수들에게 전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존은 야구규칙 2.73에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으로 규정돼 있다. 정 부장은 "상하나 좌우, 어떻게 조정할지 논의 과정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단 도 위원장은 확실한 판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중계 기술의 발달과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으로 심판들이 더 세밀하게 볼 판정을 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도 위원장은 "심판원들에게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자' '볼 오심을 최소화하자'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 부장은 "판정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심판들의 성향이 달라 볼 판정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서 "일단 존보다 판정의 융통성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