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는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앞선 잉글랜드를 상대로 투지 넘치는 경기력으로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마이애미=오해원기자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첫 원정 8강에 도전하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한 달간 이들과 함께 미국과 브라질을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홍명보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4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축구장. 최근 며칠간 들렸던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거친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범영(부산) 등 일부 선수의 감기 증상으로 마이애미 도착 후 처음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수단 전체 휴식을 명령했습니다. 연일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던 선수들은 숙소 인근 쇼핑몰과 바닷가를 찾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했습니다.
선수들이 쉰다고 현지를 찾은 취재진도 마냥 쉴 수 만은 없었습니다. 마친 '홍명보호'가 휴식일로 지정한 4일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0위 잉글랜드와 26위 에콰도르의 평가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발 빠르게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 가운데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잭 윌셔(아스널),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등의 실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안고 경기가 열리는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많은 잉글랜드와 에콰도르 축구팬이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이 경기에는 많은 잉글랜드 유명 스타들이 출전했습니다. 평소 TV중계로만 봤던 잉글랜드 선수들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본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리키 램버트(리버풀)와 로스 바클리(에버턴),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아스널), 프랭크 램파드, 루크 쇼(사우스햄턴)와 크리스 스몰링, 필 존스(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제임스 밀너(맨체스터시티) 등이 경기에 나섰습니다.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경기장을 찾은 2만여명의 축구팬을 위해 애덤 랄라나(사우스햄턴)와 대니 웰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던 헨더슨, 라힘 스털링(이상 리버풀) 등 유명 선수들을 교체 투입해 몸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잉글랜드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에콰도르와 예상외로 대등한 흐름의 경기가 계속되자 후반 교체 투입된 라힘 스털링이 과격한 태클을 시도하며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연출됐다. 마이애미=오해원기자
마이애미 도착 후 4일 만에 실전에 나선 잉글랜드 선수들의 경기력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평가전에서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한 몸싸움도 없었습니다.
후반 18분에는 잉글랜드에서 유일하게 왕성한 황동량을 자랑하던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이 부상으로 교체됐습니다. 후반 34분에는 스털링이 교체 투입된 지 15분 만에 안토니오 발렌시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거친 태클로 퇴장당했습니다. 발렌시아 역시 과격한 대응으로 더 이상 경기에 뛸 수 없었습니다. 두 선수의 충돌로 양 팀 선수들이 벤치 클리어링에 가까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 이 경기의 유일한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대했던 잉글랜드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력은 없었지만 오히려 에콰도르 선수들의 엄청난 투지를 엿볼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 뒤진 에콰도르였지만 이들은 잉글랜드보다 가벼운 몸 상태를 과시하며 그라운드를 압도했습니다. 선제골도 에콰도르가 넣었고, 2-2 무승부로 끝이 났으니 잉글랜드보다는 에콰도르가 분명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