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일본' 한국과 일본은 같은 상대 그리스를 놓고 월드컵 무대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본은 20일(한국 시각) 브라질 월드컵 C조 2차전에서 난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한국이 2-0으로 완파한 그리스를 상대로 수적 우세에도 0-0으로 비겼다. 사진은 4년 전 그리스전 쐐기골을 넣은 박지성(왼쪽)의 은퇴 경기 모습과 일본 대표팀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사진=황진환 기자, 게티이미지)
4년의 시간을 두고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렸다. 월드컵 무대에서 같은 상대를 놓고 극명하게 희비가 교차했다. 한국이 웃었던 상대에 일본은 울었다. ·
일본은 20일(한국 시각)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그리스와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무엇보다 상대 선수 1명이 퇴장당한 이점을 업지 못하고 답답한 무승부를 거뒀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지만 승점 3은 기어이 좌절됐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일본의 패배나 진배없었다.
일본은 전반 38분 상대 미드필더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PAOK)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호재를 맞았다. 10명을 상대로 11명이 싸우는 수적 우세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끝끝내 그리스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허무한 승점 1을 받아들었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승 제물이었다. 당시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정수(알 사드)와 박지성(은퇴)의 연속골로 그리스에 2-0 완승을 거뒀다. 유로 2004 챔피언을 꺾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의 승리였다.
이 승리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아르헨티나에 패했지만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 무승부를 거두며 극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日, 그리스 1명 퇴장에도 0-0 무승부
4년이 지나 일본도 비슷한 상황을 맞았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그리스와 한 조에 속했다. 일본은 대회 전 4강 진출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에 덜미를 잡힌 데 이어 그리스에게도 패배와 다름없는 무승부에 그쳤다. 4년 전 한국의 시나리오대로라면 1승1무를 거뒀어야 했다.
일본의 남은 경기는 오는 25일 콜롬비아와 최종전. 2승을 거둔 C조 최강 콜롬비아다. 일본의 승리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콜롬비아가 이미 16강행을 확정지어 남은 경기에 전력을 쏟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콜롬비아가 자신의 홈이나 다름없는 남미에서 팬들을 위해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이지는 않을 터. 이래저래 일본으로서는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됐다.
2010 남아공과 2014 브라질, 4년 세월을 두고 극동 아시아 축구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운명이 묘하게 엇갈린 모양새다. 과연 한국은 23일 알제리와 H조 2차전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