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보급 보물의 일본 전시회를 앞두고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일본과 대만 간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느냐는 문제로 논란이 빚어졌다.
대만 정부는 오는 24일 일본 국립도쿄박물관에서 개막할 예정인 대만 보물 전시회의 취소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또 대만 측 대표로 개막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던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부인 저우메이칭(周美靑) 여사의 방일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저우 여사는 이날 오전 일본 방문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번 논란은 일본 측이 행사 파트너인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의 명칭에서 '국립'(國立)이라는 단어를 뺀 홍보물과 입장권을 제작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만 측은 국가의 존엄성과 직접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원래 명칭대로 사용하기로 계약에서도 합의한 것을 일본 측이 어겼다고도 주장했다.
대만 당국은 당초 21일 자정까지 홍보물 등에 '국립'이라는 단어를 다시 넣지 않으면 전시회를 취소하겠다고 도쿄박물관에 통보했다가 일본 측의 요청으로 시한을 24일 개막식 전까지로 연장했다.
도쿄박물관은 일본과 대만이 공식 외교관계가 없어서 관행에 따라 홍보물을 제작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197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외교관계에서 중국을 유일한 합법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국공(國共) 내전으로 1949년 양안이 분단된 이후 대만에 대한 표기 문제는 민감한 이슈가 돼 왔다.
대만은 공식 국호로 '중화민국'을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하나의 성(省)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불린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이번 사태와 관련, "국가의 존엄성이 문화교류보다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도쿄박물관은 대만 측의 요구에 맞춰 문제의 홍보물 등을 회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9월 15일까지로 계획된 도교박물관 전시회에서는 추이위바이차이(翠玉白菜·배추 모양의 옥 조각품) 등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이 보유해온 진귀한 보물 231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일명 '옥배추'로도 불리는 추이위바이차이가 국외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