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전열을 가다듬는다.
문창극 사퇴 선에서 인사 참사를 마무리 짓고 국정원장과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여권은 야당에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나 사퇴할 만한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여당은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후보자 망신주기식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야당을 견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청문회에서 낙마를 위한 공세를 펼 경우 적극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선자금 관련성을 이미 사과한 만큼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 치부하며 이병기 후보자를 적극 지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입장은 다르다.
박근혜 정권 집권 2기의 각료 가운데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논문 표절 논란을 빚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 일부 장관 후보자의 결격 사유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의 경우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대선자금 전달 혐의로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
야당은 이병기 후보자의 이런 약점에 대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차떼기 사건 등 온갖 정치공작의 추문에 연루된 이병기 후보자를 내놓는 것이 국정원의 정상화나 적폐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답이냐"며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지난 18일 "(이병기 후보자는) 차떼기와 관련해 배달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정원장의 도덕성 문제, 국정원을 과연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냐의 문제, 이런 것들이 야당으로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후보자의 낙마를 공언한다거나 어떻게든 떨어뜨리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현재 이병기 후보자의 청문회에 대비해 여러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이병기 후보자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병기 후보자의 천만 원 벌금형은 당시 정치, 대통령 선거운동의 관행이라는 정상을 참작할 수 있고, 돈을 직접 만졌거나 요구하지도 않은 만큼 차떼기 사건과 동일시 할 인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내정 직후 '야당과도 소통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처럼 그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대화를 많이 한 정치인으로 그 어떤 국정원장보다도 여의도와 의견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인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야당 의원도 "이병기 후보자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재준 전 원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비하면 한결 나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며 "새정치연합이 마구잡이로 이병기 후보자를 몰아붙이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당의 정보위원인 박지원 의원은 "국정원의 개혁은 정치 공작과 정치 사찰을 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며 "이 후보자의 검증을 철저히 하겠으나 그 이후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왼쪽), 김명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자료사진)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이병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퇴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는 달리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의원들이 있다.
이병기 후보자와는 대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겐 남재준 전 국정원장처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여의도 정치권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거나 선거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미한 '믿음'이나마 있다.
야당은 반면에 제자 논문에 이어 제자 연구비까지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는 김명수 교육장관 내정자의 부도덕성이 가볍지 않다고 보고 낙마를 공언하고 있다.
김명수 교육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이 도래한다. 야당의 창과 여당의 방패의 대결이 펼쳐진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의 검증에 걸렸다기 보다는 언론의 검증에 의해 낙마했다고 봐야 한다.
{RELNEWS:right}지난 11일 밤 KBS 뉴스의 문창극 후보자의 '일제 식민지와 6.25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과 12일 아침 CBS노컷뉴스의 '문 후보자, 위안부 문제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보도가 사퇴의 결정타가 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나오면서 새누리당 당권경쟁을 벌이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조차 사퇴 압박을 가하게 됐다.
문 후보자의 사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것은 그가 친일 또는 반민족적이라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식민 사관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잘못된 발언, 그리고 지나친 이념적 편향성과 반 야당 성향이 사회 통합이라는 시대 정신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