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에서 골키퍼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16강전 6경기에서 나온 맨오브더매치(Man Of the Match) 6명 중 4명이 골키퍼다. 골키퍼 전성시대라 할 만 하다.
보통 월드컵은 득점왕에 가장 관심이 집중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대회 최고의 골키퍼가 받는 야신상을 누가 가져갈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16강전에서 맨오브더매치로 선정된 골키퍼들을 모아봤다.
왼쪽부터 멕시코의 오초아, 코스타리카의 나바스, 브라질의 세자르, 알제리의 음보리.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 멕시코 오초아, 4경기 중 2경기 ‘맨오브더매치’야신상 1위 후보는 단연 멕시코의 길레르모 오초아(AC아작시오)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가장 주가가 높아진 선수로, 10여 개의 유럽 클럽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초아는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부터 화제가 됐다. 브라질의 속사포 공격을 몸을 날려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으로 팀의 0-0 무승부를 이끌어 냈다. 그는 이날 경기의 맨오브더매치가 됐고, 맥시코 언론은 그를 ‘영웅’이라 불렀다.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도 오초아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의 결정적인 슈팅 몇 차례를 막아내며 팀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이날 멕시코는 졌지만 맨오브더매치는 오초아였다.
◇ 코스타리카 나바스, 돌풍의 중심잉글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가 버티는 죽음의 조 D조에서 1위로 가장 먼저 16강에 진출한 돌풍의 팀 코스타리카. 그 뒤에는 든든한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레반테)가 있다. 나바스는 조별리그에서 수비들과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1실점만 허용했다.
나바스의 진가는 그리스와의 16강 경기에서 드러났다.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1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리스가 퍼부은 24개의 슛을 대부분 차단했다. 골문을 정확하게 노려 때린 13개의 슛 가운데 7개가 나바스의 손과 발에 가로막혔다.
그리스와의 승부차기에서 네 번째 키커 슛을 막아내며 코스타리카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견인했다. 상대편인 그리스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도 “나바스는 축하를 받을 만하다. 그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평했다. 단연 이날의 맨오브더매치는 나바스였다.
◇ 브라질 세자르, 역적에서 영웅으로브라질의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토론토). 사실 그는 브라질 팬들에게 ‘역적’ 취급을 받는 선수였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네덜란드와의 8강에서 그의 펀칭 미스로 결승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인터밀란(세리에A)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하더니, 토론토(MSL)로 임대되는 하향세의 선수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역적’, ‘퇴물’ 취급받던 그의 칭호는 이번 브라질월드컵 칠레와의 16강전에서 ‘영웅’으로 바뀌었다.
그는 브라질을 16강 탈락 위기에서 건져냈다. 칠레와의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와 두 번째 키커의 킥을 연달아 막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 이날의 맨오브더매치가 됐다.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던 걸까. 경기 후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에 세자르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 알제리 음보리, 첫 16강의 주역월드컵 첫 16강에 진출한 알제리는 1일 열린 독일과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1-2로 패했다. 그런데 패배에도 불구하고 맨오브더매치는 알제리의 골키퍼 라이스 음보리(PFC CSKA 소피아)에게 돌아갔다.
이날 음보리는 독일의 22개의 슈팅(16개의 유효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전후반 연장 통틀어 무려 9개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했다.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도 “우리에게 많은 찬스가 있었지만 상대 골키퍼가 최고 활약을 보여줬다”며 음보리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