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홍명보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기까지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과정을 거쳤던 홍명보 감독.
불과 1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이번에는 '삼고초려'가 이뤄지지 않았다.
'삼고초려'는 중국의 고전 삼국지연의에서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공명을 등용하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가 간청한 끝에 그를 감동시켜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홍명보 감독의 취임은 그랬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잡기 위해 세 번이나 감독직을 제안했다. 힘겹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직후 새로운 사령탑을 앉혀야 했던 협회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당시 협회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이라는 확실한 결과를 이끈 국내파 지도자에게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맡기고자 했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당시 "공식적으로 이번이 세 번째 국가대표팀 감독직 제의였다. 처음 두 번은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을 때였고 세 번째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 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시 한국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느꼈다. 나를 움직인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대한민국의 축구선수들이었다"며 감독직 수락의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비장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져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결과가 이렇다 보니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의리' 논란과 선수 기용과 관련된 논란은 대회가 끝난 뒤 오히려 점점 더 커졌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가 끝나고 두 차례 사임 의사를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만류가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어떻게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만류를 뿌리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 번째로 사퇴 의사를 전했을 때에는 대한축구협회도 말리지 못했다. 이미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둘러싼 논란은 축구 외적인 문제로 확대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