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적응했다고' 두산 마무리 정재훈(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잠실 LG전에서 13-12 승리를 지킨 뒤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3루 주자로 있던 LG 이진영(오른쪽)과 최태원 주루코치가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더그아웃 쪽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두산 베어스)
양상문 LG 감독은 1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최근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언급했다. 확실히 시즌 초반보다 더 넓어졌다는 의견이다.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양 감독은 "좌우로는 공 1개 정도씩 넓어졌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낮이도 공 1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조정이 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명투수 출신에 다년 간 코치로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양 감독이다. 또 야인 생활 동안 해설위원을 하면서 분석력을 더욱 예리하게 갈아온 터라 설득력이 있는 의견이었다.
▲타고투저 과열 우려 'S존 정비' 움직임올 시즌은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양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외국인 타자의 가세와 그에 따른 투수진의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 가운데 예년보다 좁아진 스트라이크존도 빠지지 않았다. 화끈한 공격야구로 팬들을 끌어모으겠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타자들의 득세와 좁은 존에 마운드가 붕괴되면서 이른바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했다. 긴장감 떨어지는 지루한 경기가 이어져 되레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올해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5분으로 최장이었던 2009년(3시간 22분)을 넘어설 기세다.
아직도 뜨거운 타고투저 양상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0일까지 9개 구단 팀 타율은 2할9푼1리로 역대 최고 1999년(.276)을 가뿐히 넘었다. 리그 평균자책점도 5.29로 1999년의 4.98을 넘는다.
이에 따라 조금씩 존이 조정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KBO는 "시즌 중 급작스러운 존 변화는 어렵다"고 했지만 심판위원회와 협의해나갈 뜻도 밝혔다. 지난달 초 한창 존 논란이 나왔을 때 도상훈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10일 두산-LG전 승부처에서 S존 변화 실감이날 경기에서 달라진 존을 실감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존이 넒어졌다'는 의견을 제시한 양 감독의 LG가 절감했다. 특히 승부처에 적용된 '바뀐 존'이라 더욱 뼈아팠다.
12-13, LG가 1점 차까지 추격한 9회말 1사 3루. 분위기 상 LG가 동점 내지는 역전을 할 태세였다. 더욱이 타석에는 전날 연장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정의윤이 대타로 들어섰다.
하지만 정의윤은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1볼에서 바깥쪽 직구에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약간 빠졌다고도 볼 수 있는 공이었다. 중계 화면상 가상의 존에서도 공 1개 정도 벗어나 있었다. 사실 예년이면 모르겠으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이었다.
이에 정의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김정국 구심에게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더그아웃에 있던 양 감독도 뛰어나와 정의윤을 다독이면서도 심판진에 강하게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이 모습을 기대했는데...' LG는 10일 두산전에서 12-13으로 추격한 9회말 1사 3루에서 대타 정의윤이 아쉬운 삼진을 당하며 패배를 안았다. 사진은 9일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친 정의윤이 스나이더와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자료사진=LG 트윈스)
외야 뜬공이나 느린 땅볼만 나왔어도 동점이 될 기회가 무산된 장면이었다. 결국 LG는 휴식일을 앞두고 1점 차 패배를 당해야 했다.
8회초까지 4-12로 뒤지다 8회말에만 7점을 집중시키고, 2점 차로 벌어졌던 9회도 다시 1점 차까지 추격했기에 더 아까운 경기였다. 양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끝까지 좋은 경기를 보였는데, 뒤집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결정적인 순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뼈저리게 느꼈던 LG. 양 감독은 휴식일 선수들이 빠른 공에 무뎌질 감각을 대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달라진 존에 대해 다시금 명심해야 할 과제도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