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 현장(사진=유투브영상 캡쳐)
탑승객 298명 전원이 숨진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이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7일(현지시간)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가 러시아군 정보 장교에게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보고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청자료들을 공개했다.
키예프포스트 등이 보도한 도청자료에 따르면 반군 지도자인 이고르 베즐러는 러시아 장교와의 통화에서 "항공기 한 대를 격추시켰는데, 도네츠크주에 추락했다"고 보고했다.
도청자료는 또 '메이저(Major)'와 '그릭(Greek)'이라고 불리는 분리주의 반군 두 명이 나눈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이 대화에서 메이저는 "항공기가 페트로파블로프스카야 광산 인근에 추락했다. 처음 발견된 사람은 민간인"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그는 "100% 민간 항공기"라고 전하면서 "체르누킨 검문소에서 여객기를 격추시켰다. 체르누킨에 있는 카자크 사람들"이라고 소행 주체를 특정했다.
도청자료에는 또 카자크 지휘관인 니콜라이 코지친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반군과의 대화 내용도 담겼다.
반군 소속 대원이 "여성과 아이들의 시신이 널려 있다. 카자크가 현장에 나가서 모든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그들이 말레이시아 항공기임을 확인했다. 도대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반문하자 지휘관의 대답이 돌아왔다.
코지친은 "그들이 스파이를 태우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절대 비행해서는 안 됐다"면서 "지금은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답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 전문가들은 반군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로 오인하고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이 러시아 공작원에게 여객기 격추를 논의했다"면서 이번 도청자료를 반군 소행의 근거로 제시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공기 격추는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아래는 키예프포스트에 보도된 도청자료 가운데 '메이저'와 '그릭' 간 대화 내용이다.
메이저: 항공기를 격추시킨 것은 체르누킨 사람들이다. 체르누킨 검문소다. 카자크들이 체르누킨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릭: 알겠다, 메이저.
메이저: 항공기가 상공에서 떨어졌다. 페트로파블로프스카야 광산 인근에 추락했다. 첫 발견은 200(사망자를 뜻하는 암호)이다. 우리는 첫 번째로 200을 발견했다. 민간인이다.
그릭: 또 뭐가 보이나?
메이저: 간단히 말해서 100% 민간 항공기다.
그릭: 사람이 많은가?
메이저: 젠장! 파편이 민가 쪽으로 튀었다.
그릭: 어떤 종류의 항공기인가?
메이저: 확인하지 못했다. 주요 거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첫 번째 사망자가 쓰러져 있는 장소에서 조사하고 있을 뿐이다. 브래킷과 좌석, 시신들이 널려 있다.
그릭: 발견된 무기는?
메이저: 전혀 없다. 의약품과 수건, 화장지와 같은 민간인 용품 뿐이다.
그릭: 문서는 없나?
메이저: 인도네시아 학생의 것이 하나 있다. 톰슨 대학교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