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검찰이 유씨의 순천 별장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묵살하고도 이를 부인하는 해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제보자 J(59)씨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 순천경찰서 정보과에 제보전화를 한 직후에 인천지검에도 전화를 걸어 별장에 '비밀공간' 존재 가능성을 제보했다.
J씨는 경찰 감찰반이 통신회사로부터 떼어온 통화기록에서 자신이 인천지검과 통화한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114로 문의해 인천지검에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은 사람이 '수사본부'로 돌려줬다"며 "'비밀공간이 있을 테니 유병언의 방만 검색하지 말고 다른 방이나 벽을 잘 살피고 두드려보면 소리가 다르니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보했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천지검은 지난 4일 "목수가 별장을 개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에 J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라며 "관리대장에 적어놓지 않아 정확한 제보 내용을 알 수 없지만 개조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J씨가 비밀공간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면서 제보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추측성 제보까지 내용을 일일이 관리대장에 기록할 순 없다"고 해 '모든 제보를 기재해 확인하고 있다'는 기존 발표가 사실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J씨는 "통화기록을 확인해 보면 금방 드러날 사실인데 검찰의 해명을 믿을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며 "당시 뉴스에는 유병언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목수가 다녀갔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 평소 생각하던 '비밀공간'의 존재 가능성을 확신하고 경찰과 검찰에 제보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매일 하던 운동을 나가기 전에 잠깐 잠이 들었다가 2007년에 군에서 숨진 아들의 꿈을 꾸고 나서 제보를 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전화를 받은 사람은 '참고하겠다'고 간단히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며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추정한 제보전화를 관리대장에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J씨는 이에 앞서 검찰의 금수원 2차 압수수색을 하루 앞둔 5월 20일에도 인천지검에 전화를 걸어 "또 허탕치지 않으려면 도청장치나 폐쇄회로(CC) TV를 10여곳에 몰래 설치해 두면 유병언 관련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처럼 J씨의 기억이 명확한 데다 통화기록을 확인하면 곧바로 진실이 드러날 상황에 대해 검찰이 제보전화를 부인하자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이성한 경찰청장이 유병언 시신 발견 이후 수사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낸 데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과 달리 검찰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J씨는 "검찰에 전화를 해서 제보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며 거짓말을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며 "검찰은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정확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