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또 옆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등이 웃고 있는 모습도 담겨 있다. (사진=광주CBS 조기선 기자)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출품작이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데 대해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작품 수정 압력을 가하고, 작품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작품을 전시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5·18 당시 시민군 출신인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은 오는 9월 5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인 '광주 정신展'에 출품할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동료 화가들과 함께 제작하고 있다.
가로 10.5m × 세로 2.5m에 달하는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 오월'은 세월호 참사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연계해 묘사한 작품이다.
홍 화백은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점에서 국가폭력에 의한 사건인 5·18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 세월호와 오월을 합성해 '세월 오월'로 걸개그림 제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광주시 오형국 행정부시장이 작품을 수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오 부시장이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된 부분이다.
홍성담 화백은 "오 부시장이 담당 큐레이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흰색으로 칠하는 등 모습을 바꾸라'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급장과 선글라스를 벗겨라' '김기춘 비서실장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화백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으로 광주정신전을 하면서 이 정도의 패러디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면 광주정신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광주시의 작품 수정 압력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형 걸개그림 '세월 오월'에서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로 표현된 부분이 논란이 되면서 홍성담 화백이 박 대통령을 '닭 머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홍성담 화백 측 제공)
이에 대해 오형국 행정부시장은 "광주시의 예산 지원으로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에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오 부시장은 광주비엔날레 재단 관계자와 광주시 문화관광정책실장을 거쳐 담당 큐레이터에게 작품 수정을 요구했고, "작품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작품을 전시하게 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광주시 고위 관계자가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에 대해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작품 수정을 요구하라는 압력을 가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홍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을 변경해야 한다면 빨간색 닭 머리로 박근혜 대통령 모습을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세월오월'에는 5·18 당시 활동했던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세월호'를 들어올리면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하고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또 노란색 비옷을 입고 유모차를 앞세운 시민들이 '가만 있지 마라'라는 펼침막을 들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모습이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묘사돼 있다.
홍 화백은 그림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과 세월호 사고 부실 관제의 산실이었던 진도 VTS 등도 묘사했다.
이밖에 걸개그림의 오른쪽 상단에는 보수 우익을 대변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등이 웃고 있는 모습도 표현돼 있다.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 오월'은 광주비엔날레 개막 한 달여 전인 오는 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 전시되며, 이 작품을 9배 크기로 리프린팅한 그림은 광주시립미술관 벽면에 게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