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소속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특별법은 수사권·기소권이라는 알맹이를 빼먹은 껍데기로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으로 무효”라며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7일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각계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는 8일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의 염원을 짓밟은 세월호 특별법 여·야원내대표 합의를 규탄하며 모든 합의내용을 폐기하고 재논의 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대신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성특검법에 따른 특검 실시에 합의한 것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상규명에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수 없는 특별법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말았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이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검사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도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알맹이를 빼먹은 껍데기로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야합"이라며 "무효이므로 재협상하라"고 촉구했다.
대책회의는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설 특검에게 주고 진상조사위는 허울로만 가족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이런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또 세월호 특별법 재논의를 촉구하기 위한 각종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며, 이날부터 광화문 광장 단식 농성장을 시민으로 가득 채우는 등 규모를 확대하고, 9일 오후 7시에는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역없는 진상조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교수행동 주최로 '수사권, 기소권 없는 세월호 특별법 반대 및 밀실야합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교수단체 연합인 '성역 없는 진상조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국교수행동'도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겨냥해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밀실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교수행동은 "세월호 참극에 대해서 1차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집권 세력이 진상조사위와 특검을 꾸리는 주도권을 갖게됐다"면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특별법 합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도 "가족의 요구를 짓밟은 여야 합의는 반대한다"면서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핵심 쟁점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나타낸 바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단식농성 26일째인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 농성장 앞에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정치권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재논의 목소리 높아져야권에서도 핵심이 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내 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잘못됐다며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월호 특별법에 유족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되고, 왜 이런 걸 온 국민의 합의에 의해서 처리가 안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조금 더 독립적인 그런 절차가 강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합의된 특별법에 더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천정배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성급하게 내린 잘못된 결단이다"라면서 "스스로 철회하든지 의원총회가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유가족과 국민들을 믿고 끝까지 배짱있게 밀어부쳐야 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향하던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이 경찰에 가로막히자 바리케이트 앞에 앉아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은수미 의원도 "출입 통제된 유가족과 함께 있다"며 "긴 말 않겠다. 세월호 특별법 전격합의 동의 못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처음부터 양당 간의 밀실협의로 시작되고 끝난 이번 합의는 야합으로서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청와대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으려면, 특별 검사는 추천 과정부터 정부의 입김으로 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라면서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상설특검은 이러한 세월호 특별법 취지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 고문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잘못됐다.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와 동떨어진 여·야 합의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면서 "새정치연합은 의총을 열어 재론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도 트위터에 "(세월호특별법) 합의하면 뭐 하나, 내용이 부실한데" "선거패배가 세월호 면죄부라도 되나"라는 글을 올렸다.
◈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 SNS도 '시끌'
인터넷 커뮤니티 등 SNS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네티즌들의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여전히 아파하는 아빠가 있는데, 이들은 도대체 왜 웃고있지?"라며 "수사권·기소권 없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한 오늘, 나는 감히 오늘을 국치일로 정한다"고 성토했다.{RELNEWS:right}
다른 네티즌은 "이렇게 간단히 특별법 합의할거면, 촛불집회는 왜 했고, 세월호 도보순례는 왜 했고, 지금 유족 단식은 왜 하는지… '야당'이라고 부르는게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또 "야당도 야합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버렸고, 수사권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깡그리 짓밟았다"라며 "나라가 국민을 버렸다. 이제는 우리 국민이 나라를, 돈과 권력을 움켜 쥐고 내놓지 않으려는 특권층들만의 나라를 버려야 할 때이다"고 개탄한 이도 있었다.
이밖에도 "유가족이 공감할 수 없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나. 새정치연합이 왜 그렇게 새누리당과 쉽게 합의를 해버렸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