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는 것만 잘 한다고 커쇼가 아니다' 11일(한국 시각) 밀워키 원정에서 8이닝 1실점 호투에 호수비, 동점 득점과 쐐기타 등 공수에서 맹활약한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자료사진=다저스 트위터)
LA 다저스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앞세워 연패를 끊었다.
다저스는 11일(한국 시각) 미국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원정에서 커쇼의 호투와 주포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맹타를 앞세워 5-1로 이겼다.
밀워키 3연전 싹쓸이 패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캔자스시티에 4-7로 진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와 승차를 4.5경기로 벌리며 1위를 굳게 지켰다.
커쇼는 8이닝 동안 6탈삼진 6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시즌 14승째(2패)를 따냈다.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 1위다. 특히 1985년 오렐 허샤이저 이후 29년 만에 구단 사상 최장인 개인 11연승을 달렸다.
곤잘레스는 2루타 2방에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칼 크로퍼드(2안타 1득점), 맷 켐프(2안타 1타점), 미겔 로하스(3안타 1득점) 등이 멀티히트를 날렸고, A.J. 엘리스는 8회 올해 마수걸이 쐐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날 커쇼의 구위가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전 18경기에서 평균 탈삼진과 피안타가 각각 8.72개와 5.11개였던 커쇼는 이날 탈삼진은 평균보다 줄었고, 피안타는 늘었다. 볼넷도 올 시즌 18경기에서 17개로 경기당 1개 미만이었으나 이날은 평소의 2배였다.
하지만 기어이 8이닝까지 던졌다. 커쇼의 올해 경기당 소화 이닝은 7이닝 정도였다. 노련함으로 평균은 넘어선 것이다. 그만큼 불펜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자멸' 밀워키, 잇딴 주루사-스퀴즈 실패사실 밀워키의 도움이 적잖았다. NL 중부지구 1위팀답지 않게 실수를 연발했다. 승리의 기회를 여러 번 스스로 놓쳐버렸다.
밀워키는 1회 라이언 브론의 적시타로 먼저 앞서갔다. 3회 다저스 곤잘레스의 희생타로 동점을 허용했으나 3회말 다시 앞서갈 기회가 있었다. 무사에서 투수 지미 넬슨이 우선상 2루타로 단숨에 득점권에 나갔다.
그러나 카를로스 곤잘레스의 유격수 땅볼 때 넬슨이 신인답게 3루로 뛰는 미숙한 주루 플레이로 아웃됐다. 이어 곤잘레스는 커쇼의 견제에 걸려 횡사했다. 앞서 1회 도루에 성공해 득점까지 올렸던 곤잘레스였지만 이번엔 커쇼가 복수했다.
4회도 밀워키는 선두 타자 브론이 안타 뒤 커쇼의 폭투로 2루는 물론 3루까지 달렸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끝에 3루에서 태그 아웃으로 판정이 번복돼 브론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야 했다.
특히 5회가 뼈아팠다. 켐프의 적시타로 1-2로 역전당한 밀워키는 5회말 선두 타자 리키 윅스가 2루타로 다시 득점권에 나섰다. 후속 땅볼로 1사 3루, 동점 기회였다. 밀워키는 8, 9번 타순에서 커쇼를 상대로 점수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진 세구라의 번트는 한 차례 파울이 됐고, 두 번째는 떴다. 이에 커쇼가 몸을 날려 잡아냈고, 홈으로 쇄도하던 3루 주자 윅스마저 아웃됐다. 밀워키로선 최악의 결과였다.
▲"스퀴즈로 커쇼 흔들려고 했는데…"
'나 웬만해서는 안 무너지거든요?' 커쇼는 빼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으로 경기 중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자료사진=다저스 트위터)
경기 후 밀워키는 뒤늦은 후회를 드러냈다. 포수 조나단 루크로이는 "커쇼를 상대로 실수를 해선 안 된다"면서 "주자가 없어도, 누상에서 아웃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점수를 내야 했다"면서 "왜냐하면 커쇼는 실수가 많지 않은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인데 이게 오늘 우리가 진 이유"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론 로닉 감독도 "항상 커쇼같은 투수를 만나면 그다지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넬슨은 누상 주자가 낯설고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곤잘레스도 견제를 많이 하는 커쇼에 걸렸다"고 실수에 대해 언급했다.
스퀴즈 번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로닉 감독은 "커쇼는 상대하기 힘들다"면서 "특히 점수를 뽑기 어렵지만 때로는 조금이라도 점수를 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퀴즈에 실패했는데 만약 성공했다면 경기를 바꿀 수 있었고, 후반 투수 운용도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좋은 경기였지만 결국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쇼는 이날 통산 47번째 견제사를 이끌어냈다. 3회 공격 때는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동점 득점을 올렸다. 또 8회는 5-1로 앞서는 쐐기 적시타까지 날렸다. 단순히 던지는 것만 잘한다고 해서 커쇼가 아니었다.
경기 후 커쇼는 "쉽지 않았지만 오늘 수비에서 대단한 플레이를 했고, 병살 플레이도 이뤄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야수들이 송구로도 도움을 줬고, 전체적으로 선두 타자를 많이 출루시켰는데 오히려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