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12일, 제주도에 1호 외국 영리병원 승인 추진, 의과대학 산하 기술지주회사 설립허용 등 일련의 보건의료분야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보건의료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돈과 바꾸겠다는 처사"라며, 대책들을 모두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설악산 등 전국에 케이블카를 확충하고, 산지규제도 대거 풀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성명서를 내놨다. 녹색연합은 "MB판 삽질경제의 연장선"이라고 힐난했고, 환경운동연합도 "전경련의 요구가 100% 반영된 정경유착"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들 반대 측에서 나온 공통된 목소리가 있다. 바로 한번도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점이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의료민영화를 서명한 시민이 200만명이 넘는다"며 "그러나 정부는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을 불러 입장을 듣는 절차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생태사회팀 국장도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면서도 환경단체나 시민의 입장을 수렴하거나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그런데 전경련에서 요청한 내용은 100% 반영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유망 서비스업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제시됐지만, 이번에도 일방통행식 대책 발표에 그쳤다는 얘기다.
◈ 의견수렴은 기업하고만 했나...또 일방통행 대책경제활성화, 특히 내수 살리기가 강조될 때마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에 눈을 돌렸다.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분야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똑같이 강조됐다.
서비스업 관련 대책은 직전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 이후로 무려 10번이나 나왔고, 이번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3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관련 대책이 재탕 삼탕 되는 것은 결국 그동안 서비스업 대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서비스업 대책이 효과를 못 본 가장 큰 이유는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숙박, 도소매 등은 너무 많은 업자들이 뛰어들어 이해관계가 복잡한 반면, 의료와 교육 분야는 외려 각종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 이해관계가 고착화 돼 있다.
대책이 약발이 받으려면 대책 수립에 앞서 각계의 의견수렴과 소통, 갈등조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대책이 나올때마다 매번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소통없는 일방통행식 서비스업 대책으로 번번이 효과를 못봤던 과거 정부의 전철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궐기대회" vs 최경환 "정면돌파"...'강 vs 강' 충돌보건의료노조가 오는 11월 의료직능단체, 시민단체와 연대한 의료민영화 반대 국민 총궐기 대회를 예고하는 등 곳곳에서 반발 조짐이 일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닮았다.
이에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 부총리는 “의견이 다르다면 논쟁을 주저하지 않아야하고, 장애물이 있다면 돌파를 해야 서비스산업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대책을 둘러싼 갈등이 '강 대 강' 대립 구도로 진행되면서, 소통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내놓은 대책이 사회 갈등과 분열만 키우는 양상이 이번에도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