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아이를 출산한 정모(여) 씨는 같은 해 4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하며 매달 81만 원의 휴직급여를 받았다. 정 씨는 이 기간 동안 아이를 친정에 맡긴 채 취업차 멕시코를 방문한 남편과 함께 8개월 간 멕시코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 7일 이내에 사업주에게 알려야 한다'는 남녀고용 평등법 조항을 들어 이미 지급된 휴직급여를 반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정 씨는 이 처분에 반발해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 7월 20일 "육아휴직 중 아이와 동거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아이 양육을 책임졌다면 휴직 급여는 규정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해 승소했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복지재단 별관에서 '육아휴직급여 판결을 통해 본 육아휴직급여제도의 현황 및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 씨를 도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4일 오후 2시 서대문구 통일로에 있는 재단 별관 교육장에서 해당 판결을 계기로 육아휴직급여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정 씨 부부는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떠난 것은 아이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 이상으로 불가피하게 했던 선택이었다"고 설명하며 "출국 후 매일 아이와 유선상으로 통화하고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사진으로 확인하며 아이와 교감을 하려 노력을 했는데 기관은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씨 부부는 또 "기관에서 소명자료를 요청해 성실히 작성해 고의성이 없음을 증명하였음에도 기관은 의심 문구 만으로 '부정수급' 통지 및 추징금까지 통보를 하였다"면서 "담당자로부터 통보를 받은 다음 날 즉시 항의 방문 하였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정 씨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은 곧 퇴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복직이 어렵다"며 이번 소송과정에서 겪은 현행 육아휴직 제도와 정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복지재단 별관에서 열린 '육아휴직급여 판결을 통해 본 육아휴직급여제도의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김도희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에 따라 보육의 유형 또한 다양해지고 있기에 동거 여부에 따라 양육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명백하게 양육을 위해 기여 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관계 법령의 개정과 함께 행정절차의 보완도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육아휴직 간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육아커뮤니티나 고용보험센터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법무법인 지향의 김진 변호사는 육아휴직의 제도와 급여에 대해 설명하면서 "'휴직'은 원칙적으로는 무급이며 휴직의 핵심은 '복직'의 권리다"며 "하지만 육아휴직은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도적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육아휴직급여 지급 부분에 대해 법과 제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추명자 이사장은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내용을 짚으며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부분에는 경력단절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존재한다"면서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과 함께 육아휴직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소희 여성노동팀장은 "육아휴직 후 복귀를 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안타까운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주 돌보미' 등 현재의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한국의 노동문화 개선과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와 함께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방안 등을 우리 사회가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