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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 되찾은 韓축구, 브라질의 아픔 씻고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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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지 되찾은 韓축구, 브라질의 아픔 씻고 재도약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 3만8,183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경기장에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박종민 기자)

     

    비가 온 뒤 땅은 더욱 굳어지는 법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축구 팬들의 격려와 지지도 기대 이상이었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 3만8,183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경기장에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만원 관중이었다.

    지난 5일 부천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전,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번째 A매치에서도 관중석이 가득 찼다. 3만4,456명의 관중이 대표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축구장을 찾았다.

    대표팀 경기를 3만명 이상의 관중이 지켜보는 모습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그러나 팬들의 실망이 컸던 월드컵 이후 첫 A매치였고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연휴 기간에 경기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무엇보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선수들이 국가대표의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2일 대표팀 소집 당시 선수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특히 월드컵에 다녀온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월드컵 참패를 통해 태극마크의 무거움을 몸소 느낀 그들이다. 어떻게든 팬들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때마침 1년3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이 "대표팀은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가를 선수들이 알길 바란다"고 남긴 후배들을 향한 조언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정신무장을 새롭게 한 선수들은 5일 베네수엘라전을 한국 축구의 축제로 만들었다. 3-1로 승리했다. 또한 한국 축구 역사상 9번째로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이동국이 2골을 몰아넣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8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전 실점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박종민 기자)

     

    8일 우루과이전에서는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후반 24분 호세 히메네스에게 결승 헤딩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우루과이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루과이를 몰아붙였다. 후반 막판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의 다리에 맞고 튀어나왔고 기성용의 머리에 맞은 공은 야속하게도 골포스트 상단을 때렸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의 투혼은 분명 많이 달라져 있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보물로 우뚝 섰다. 팬들은 손흥민이 화려한 몸짓을 선보일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손흥민은 드리블과 돌파는 물론이고 동료를 살리는 패스 능력까지 선보이며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수 자리를 오가며 '멀티플레이어'의 능력을 선보인 기성용은 대표팀의 대들보임을 재확인시켰고 이동국, 차두리 등 베테랑의 활약도 눈부셨다.

    게다가 우루과이전에서 선수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 의식이 있었다. 대표팀의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된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날 방한해 경기를 관전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아직 한국 축구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렸다는 말이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다는 것은 선수들 모두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기존 대표 선수들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동등하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이동국의 말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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