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도 '신비감'도 없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화려한 개막식이었지만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살짬 김이 빠지고 말았다.
전통적으로 마지막까지 비밀에 부쳐지기 마련인 성화의 최종 점화자가 개막식 하루 전날부터 일찌감치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18일 개회식 해설자료를 배포하면서 최종 점화자에 대해 너무 친절하고도 많은 힌트를 줬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린,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중국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통해 아시아의 화합을 이바지한 인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직관적으로 모든 사람이 '대장금'으로 아시아 최고의 한류 스타로 떠오른 배우 이영애를 떠올렸다.
이때부터 언론을 통해 최종 점화자는 '이영애'라는 관측이 흘러나왔고, 결국 이날 개막식을 앞두고 공개된 최종 점화자 역시 어김없이 '이영애'로 발표됐다. 말 그대로 조직위원회가 스포일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이영애는 최종 점화를 앞두고 성화대 밑 관중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테니스 스타' 이형택으로부터 성화를 이어받아 2명의 남녀 '스포츠 꿈나무'와 함께 성화대에 올라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짠'하고 모습을 드러냈다면 관중의 환호가 더 컸겠지만 이미 주인공이 알려진 상황에서 흥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영애가 점화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전날부터 '비체육인' 최종 점화자 선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영애는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동남북 아시아를 넘어 아랍권 서아시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모르면서 최고의 한류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개막식 연출진은 이런 점을 감안할 때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아시안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로 이영애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NEWS:right}
하지만 스포츠의 축제에서 성화 점화의 마지막 주자만큼은 스포츠계의 상징성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날 점화식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성화 릴레이에 나섰지만 결국 포커스는 '한류 스타' 이영애에게 맞춰지면서 개막식이 '스포츠축제'가 아닌 '한류 잔치'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조직위원회가 직접 '스포일러'로 나서는 통에 개막식을 지켜보는 팬들은 '신비감'도 '깜짝'도 없이 성화 점화를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