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등이야~!' 전희숙이 21일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결승에서 중국의 리후이린을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고양=황진환 기자)
2인자의 설움을 훌훌 날렸다. 한국 펜싱 최고 스타에 밀렸던 아쉬움을 털고 비로소 환하게 빛났다.
전희숙(30, 서울시청)이 21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 랭킹 8위 전희숙은 결승에서 11위 리후이린(중국)에 15-6 승리를 거뒀다. 1라운드를 4-1로 마친 전희숙은 2라운드 한때 6-5까지 쫓겼지만 이후 내리 3점을 뽑아내 12-6으로 앞서 승부를 갈랐다.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비로소 처음 따낸 개인전 금메달이었다. 이전까지 전희숙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서 단체전 금메달은 따냈지만 개인전에서는 4년 전 광저우에서 거둔 동메달이 전부였다.
특히 광저우 대회에서 전희숙은 남현희에 14-15로 안타깝게 져 금메달 기회를 놓쳤다. 개인전 첫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언니, 이번에는 내 차례야!' 전희숙(왼쪽)이 21일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남현희(오른쪽)와 4강전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고양=황진환 기자)
사실 전희숙은 스타성이 다분한 선수다. 실력뿐만 아니라 169cm의 훤칠한 키에 빼어난 외모까지 갖췄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종목 최강자 남현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현희는 도하와 광저우에서 2회 연속 개인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무대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통했다. 여기에 작은 체구임에도 당당한 경기력을 선보여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대한펜싱협회와 갈등 과정에서 동정 여론까지 얻어 펜싱 간판 스타로 거듭났다.
그런 남현희를 넘어 얻어낸 금메달이라 더 값졌다. 전희숙은 남현희와 운명의 4강전에서 15-7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해 출산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는 남현희였다. 4년 전 4강전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낸 셈이었다.
전희숙은 대회 전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는 만큼 후회와 좌절보다는 성취와 감동을 얻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운 목표가 개인과 단체전 2관왕이었다.
작은 거인 남현희에 오랫동안 가려졌던 전희숙. 그러나 인천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삼세번 만에 비로소 1인자로 확실하게 거듭났다. 그리고 2회 연속 남현희에게 양보해야 했던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