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여 자유형 200m 결선 경기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은메달을 획득한 쑨양(중국)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esky0830@cbs.co.kr)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게다가 수영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이었다. 아시안게임 3연패에 대한 한없는 기대감도 있었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태환은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하기노 고스케(1분45초23), 쑨양(1분45초28)에 이어 1분45초85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목표로 삼았던 이 종목 아시안게임 3연패를 아쉽게 놓쳤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다.
올해 아시안게임 수영 경기는 인천에서, 그 것도 박태환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개최된다. 온 국민의 기대가 박태환에게 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태환은 "한국에서 경기가 열리고 내 이름이 걸린 수영장에서 한다는 것에 무게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첫 경기가 200m이다 보니까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과 관계자들이 내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는 기대감과 무게감이 있었다"고 경기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3연패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박태환은 "나도 해내고 싶고 이루고 싶은 업적이었기 때문에 3연패라는 단어가 안 들릴 수가 없었다. 그런 무게감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했는데 몸이 안 따라줬다. 아쉽다"고 말했다.
당초 이 종목 경기는 아시아 기록(1분44초47) 보유자인 쑨양과 아시안게임 기록(1분44초80)을 갖고 있는 박태환의 맞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선수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은 아시아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갈 정도였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이날 오전 예선을 마친 뒤 "쑨양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내 최고 기록에 도전할 것"이라며 경쟁자 대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뚜껑을 열어보니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는 박태환의 자리도, 쑨양의 자리도 아니었다. 일본의 수영 기대주 하기노 고스케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6번 레인에서 출발한 박태환은 초반부터 힘을 냈다. 50m 구간까지 1등을 달렸다. 쑨양의 저력도 대단했다. 반환점을 도는 순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150m 구간을 마칠 때까지 쑨양이 1등, 박태환은 0.04초 뒤진 2위였다. 막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하기노 고스케가 놀라운 막판 스퍼트를 펼쳐 쑨양과 박태환을 제치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