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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연석 "제보자, 최대한 담담히 연기했다"

    • 2014-09-22 17:31

    "바빠도 좋아서 하는 연기이니 재미있어"

    배우 유연석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수많은 배우가 빛나고 스러지는 가운데 '재발견됐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가 한둘이겠느냐마는 유연석(30)이 올해 재발견된 배우 중 으뜸이라는 사실에는 의견의 갈림이 없을 것 같다.

    유연석은 작년 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여심을 꽤 흔드는가 싶더니 올해 같은 방송사의 해외 배낭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으로 호평 일색의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제보자'는 그런 유연석이 "내 모든 것을 버리고 왔다"며 거대한 진실을 털어놓는 제보자 심민호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흥미를 돋운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심민호는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응답하라 1994'를 촬영하던 막바지 시기이니, 작년 11월쯤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처음 뵌 임순례 감독님이 차분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특히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임 감독님의 마음가짐에 매우 공감했어요. 물론 '응답하라 1994' 이후 칠봉이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욕심도 컸고요."

    '제보자'는 잘 알려진 것처럼 2005년 우리 사회를 뒤흔든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중 국민적 영웅이 된 이장환 박사와 함께 일하던 심민호가 계속 거짓 희망을 말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 방송국 윤민철(박해일 분) PD에게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유연석은 "영화 촬영 내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저 자신에게 계속 물었다. 그런데 결코 쉽게 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도 제보를 망설이게 되는 이유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심민호가 여태 이룬 것들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저라면 지금껏 이룬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 소신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갖고 가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저도 용기 있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연석은 심민호의 제보 동기가 다소 설득력이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심민호에게는 (난치병을 앓기에) 언제까지 곁에 있을지 모르는 딸에게 아빠로서 떳떳하고 싶었던 마음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정말 컸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유연석은 지난겨울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 사건 속 제보자는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여러 수의대 연구원들을 만나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을 체험해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 하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든 그는 '심민호를 연기하려면 안경을 쓰는 게 좋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안경을 쓰는 건 너무 진부해'라는 생각에 다시 신중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작품을 준비하며 만난 연구원들이 하나같이 안경을 쓴 모습에 유연석도 결국 안경을 착용하기로 다시 마음을 바꿨다.

    유연석은 안경테 너머로 괴로움과 두려움, 분노 등을 감춘 채 고민하다 결국 용기 있게 진실을 알리는 심민호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이장환 박사는 진실에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인물이니 제가 연기하는 심민호에게 불필요한 감정이 들어가다 보면 이장환 박사와 비슷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담담하게 연기했어요."

    원래 황우석 사태를 "매우 큰 사건이 있었다"는 정도로 인식했던 유연석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그동안 제가 언론 보도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꼭 그 실제 사건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기보다도, 그동안 제가 여과 없이 미디어가 전해주는 것만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반성하게 됐어요. 일반인들은 기사로 접하는 것들이 그저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언론조차도 항상 진실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제 주관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처음으로 아빠 연기에 도전한 유연석은 아내로 분한 류현경(30)과 이번 작품에서 5번째로 재회한 사이이기에 '여보'나 '애아빠' 같은 용어를 쓰면서도 어색함이 덜했다고 했다.

    "저도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반인들과 달리 결혼을 너무 늦출 마음을 없어요. 그런데 워낙 요즘 남자들이 결혼하는 시기가 늦기도 해서 아직은 이른 것 같아요. 좋은 가정을 꾸리고픈 마음은 있죠. 해일이 형도 정말 부럽거든요. (웃음)"

    유연석은 6박8일의 라오스 여행을 담은 '꽃보다 청춘'에서 동행자인 배우 손호준(30), 그룹 비원에이포(B1A4)의 바로(22·본명 차선우)를 알뜰살뜰 챙겨주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책 한 권을 갖고 떠나는 아버지와 함께 가족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하는 법을 배웠다"는 유연석은 "갑자기 떠난 라오스 여행이지만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이 청춘이고 젊음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유연석은 이미 영화 '상의원'과 '은밀한 유혹'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곧 문채원과 호흡을 맞추는 '그날의 분위기' 촬영을 시작한다. 올해가 가려면 석달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 내년에도 3개 작품이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빠듯한 일정이지만 "억지로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하는 연기이니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유연석의 말에서 진정으로 행복감이 묻어났다.

    유연석에게 믿음직한 배우로 올라서는 첫 단추가 될 '제보자'의 매력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가면 갈수록 볼거리 많은 영화가 너무 자주 나오지 않나 생각해요. '제보자'는 영화를 보면서도 생각하게 만들고 영화가 끝나고서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만드는 영화에요. 그런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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