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cm 단신이 세계랭킹 1위의 몸통을 쉴 새 없이 찔렀다. 세계 최고의 검객 마젠페이(중국)도 당황했다. 허준(26, 로러스)의 전광석화 같은 칼놀림에 주저앉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신장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허준은 신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펄쩍 날아 마젠페이의 몸통을 찔러야했다. 마젠페이보다 더 힘을 써야했고, 결국 2라운드가 끝나자 오른 다리에 쥐가 났다.
치료를 받은 뒤 3라운드에 임했지만, 한 번 쥐가 난 다리를 끌고 1~2라운드처럼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마젠페이를 압박했지만, 금메달까지는 딱 2점이 모자랐다.
허준은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마젠페이에 13-15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13-13으로 팽팽하던 3라운드 막판 마젠페이에게 연속 2점을 내줬다. 동시에 찔렀지만, 공격 우선권이 마젠페이에게 있었다. 금메달까지 노렸던 허준에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3라운드였다.
허준은 "마지막에 너무 안일했다. 점수를 너무 쉽게 줬다. 더 공격적으로 했어야 했는데…"라면서 "내 자신에게 너무 속상하다. 경기 전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끝나고 나니 후회된다. 햄스트링 부상 때문이 아니다. 실력으로 졌다. 역시 랭킹은 못 속인다"고 말했다.
마젠페이의 세계랭킹은 1위. 반면 허준의 세계랭킹은 15위다.
허준은 작은 키를 스피드로 만회했다. 하지만 키 차이로 인해 종종 안 찔릴 것 같은 공격에도 찔리고는 했다.
허준은 "다리가 빠르니까 그걸로 승부를 한다"면서 "안 찔릴 것 같은데 찔릴 때 정말 어이 없다.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찔린다. 오늘도 너무 쉽게 찔려 점수를 내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아시아선수권은 2연패에 성공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에 그쳤다.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결승전인 탓에 다소 소극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