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인천 달빛축제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69kg급에 출전한 북한의 려은희가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황진환기자
북한 역도의 선전이 무섭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실수에 덜미를 잡혔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69kg급 경기가 열린 24일 인천 송도의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 이 종목은 이번 대회에서 무서운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북한 역도가 또 하나의 메달을 추가할 기회였다.
한국의 김수현(19.수원시청)을 포함한 7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5명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난 뒤 북한의 려은희(20)가 중국의 샹 옌메이와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이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샹 옌메이가 인상 1차 시기서 12년 묵은 종전 아시안게임 기록을 3kg 넘는 118kg을 들었다. 7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으로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약했다.
20세에 불과한 북한의 신예 려은희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김영훈 체육상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1차 시기에서 113kg으로 가볍게 몸을 푼 뒤 2차 시기에서 118kg으로 샹 옌메이와 타이 기록을 성공했다. 3차 시기에서는 3kg을 더 들어 아시안게임 신기록(121kg)을 불과 수 분 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북한 김영훈 체육상(왼쪽 두번째)이 24일 오후 인천 달빛축제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69kg급에 출전한 북한의 려은희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려은희의 예상 밖 선전에 당황한 듯한 샹 옌메이가 2차 시기서 려은희의 기록보다 1kg 무거운 122kg을 시도했지만 들지 못했고, 3차 시기서도 같은 무게를 성공하지 못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장을 찾은 북한 선수단의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무난하게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아성이 다시 한 번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용상에서도 5명의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려은희와 샹 옌메이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려은희가 용상 1차 시기서 140kg을 들지 못하고 주저 앉았지만 2차 시기서 같은 기록에 도전해 성공했다. 북한의 김영훈 체육상도 큰 박수로 려은희를 격려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려은희의 발목을 잡았다. 2차 시기를 마친 뒤 곧바로 3차 시기에 나선 려은희는 제한시간(30초)를 넘겨 도전 기록 상향을 신청했고, 경기 운영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 코치진은 뒤늦게 영어가 가능한 선수단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지만 규정에 따라 려은희는 결국 3차 시기에서 141kg을 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