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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양궁 맏언니 주현정의 '아름다운 포기'

    • 2014-09-25 16:31

    "출전 욕심 굴뚝 같지만 동료 불안 외면할 수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어깨로 사력을 다해 선발전을 완주했다.

    바늘구멍을 뚫고 아시안게임 단체전 출전권까지 따냈으나 동료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베테랑 양궁스타 주현정(32·현대모비스)이 인천 아시안게임 본선 출전을 포기한 이유였다.

    주현정은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부 단체전 본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25일 밝혔다.

    오른쪽 어깨 뒷부분의 근육(회전근)이 부분적으로 파열돼 약물·물리치료를 병행하며 시위를 당겨왔다.

    주현정은 통증을 안고도 올림픽보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불리는 선발전 참가를 강행했다.

    그러나 최근 통증은 머리를 제대로 감지 못할 만큼, 집에서 아기를 안아줄 수 없을 만큼 정도가 심각해지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주현정은 경기장에 간이침대를 갖고 다니며 물리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선발전의 마지막 단계인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에서는 통증 때문에 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50m 경기 때는 갑자기 통증이 급습해 화살 한 발을 과녁에 꽂지 못하고 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예선라운드를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 그간 상상할 수도 없는 성적인 13위로 마쳤다.

    그러나 그는 그간의 선전으로 쌓은 선발전 점수 덕분에 종합배점에서 국가대표 4명 가운데 3위를 차지해 단체 출전권을 얻었다.

    주현정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고 선발전을 사력을 다해 완주했으나 곧 고민에 빠져들었다.

    너무 늦지 않게 결단을 내렸다.

    주장인 그는 전날 숙소에 정다소미(현대백화점), 장혜진(LH), 이특영(광주광역시청)을 불러모았다.

    그 자리에서 출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출전권이 이특영에게 돌아가자 방안은 울음바다가 됐다.

    주현정은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들지만 후배들이 흔들리는 나 때문에 불안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도 우려되지만 동료의 자신감을 저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양궁은 고도의 심리게임인 만큼 불안이 패배로 직결되기 십상이다.

    대한양궁협회는 주현정의 의사를 받아들여 26일 오전에 마감되는 단체전 엔트리에 주현정 대신 이특영을 올리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주현정이 어깨 부상 때문에 올해 몹시 괴로운 시절을 보냈다"며 "후배들이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을 쏟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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