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달 말 의결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단체가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 지역 점거 운동에 나서겠다고 28일(현지시간) 선언했다.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이하 센트럴 점령)의 공동 설립자인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廷) 홍콩대 법대 부교수는 이날 새벽 홍콩 정부청사와 입법회(한국 국회 격) 주변 타마르 공원에서 열리는 대학생들의 선거 안 반대 집회에 참석해 "센트럴 점령 운동을 즉시 개시한다"며 "첫 단계는 정부청사 점령"이라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가 보도했다.
센트럴 점령 운동은 2011년 미국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착안한 것으로, 전인대의 선거 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주요 도로를 점거함으로써 이 지역을 마비시키려는 운동이다.
홍콩 경찰 당국은 센트럴 점거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타마르 공원 시위대 중 74명을 체포해 중·고등학교 학생운동단체인 학민사조(學民思潮)를 이끄는 유명 학생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17)과 대학 학생회 연합체 HKFS(學聯)의 알렉스 차우(周永康) 비서장, 레스터 셤(岑敖暉) 부비서장 등 3명을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을 석방했다고 매체가 전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경찰 4명, 공무원 11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이 부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부터 1주일간의 동맹 휴업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HKFS는 전날 집회 참가자가 5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31일 전인대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1천200명의 후보추천위원 중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은 후보 2∼3명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통선거 안을 의결했다.
이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세력은 선거 안이 반중(反中) 성향 인사의 출마를 막으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 세계 9개 도시에서 홍콩 범민주파를 지지하는 시위가 열린 것으로 전해지는 등 선거 안을 둘러싼 논란이 중국 밖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