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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카야 "제가 방송에서 좀 많이 털었죠?"

연예가 화제

    에네스 카야 "제가 방송에서 좀 많이 털었죠?"

    • 2014-10-06 09:27

    터키 출신, 연예계종횡무진…스크린 '영화의 발견' 내레이션도

     

    인터뷰 장소인 카페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술렁술렁댄다. 카페 사장이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수줍게 부탁을 하고 종업원은 '우리 카페의 자랑인 아이스크림 좀 맛보시라'며 서비스로 내온다.

    터키 출신으로 TV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네스 카야(30)가 '인기 연예인' 대접을 받는 현장이었다.

    "에이, 제가 무슨 연예인이에요. 저 연예인 아니에요"라면서도 "방송활동이 즐겁고 재미있다"는 그를 최근 여의도에서 만났다.

    인터뷰 도중 그에게 새로운 섭외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헤어, 메이크업 등에 관한 질문을 했다.

    "한 케이블채널에서 부산영화제에 함께 내려가자네요. 뭐하자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같이 놀러가자고 해서 가려고요"라며 씩 웃는 그에게 '너무 바쁜 거 아니냐'고 했더니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JTBC '비정상회담'으로 한국말을 잘하고, 방송에도 적합한 외국인들이 뜨고 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샘 오취리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나인이 됐듯, 에네스 카야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터키인이 됐다. 특히 그는 거침없고 '보수적인' 입담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가 방송에서 좀 많이 털었죠? (웃음)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너무 잘됐고,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많이 알아봐주시고 친근하게 말도 걸어주세요. 다 좋은데 멀리서 저 몰래 사진만 안 찍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에네스 카야의 방송경력은 오래 전 시작됐다. 2007년 MBC TV '느낌표'에 6개월간 출연했다. 외국인이 한국문화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방송 시간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느낌표'는 6개월 내내 출연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절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비정상회담'은 월요일 밤에 방송해서 그런지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물론 내용도 중요하죠.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정말 많지만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어느새 방송의 편성과 내용에 대해서도 분석할 만큼 '방송통'이 된 그는 최근 광고도 네 편 정도 찍었다. JTBC의 또다른 예능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도 캐스팅됐고, 심지어 영화 프로그램의 내레이터로도 발탁됐다. 국내 영화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내레이션을 맡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에네스 카야는 영화채널 스크린이 오는 11일 정오 첫선을 보이는 '위클리 매거진 : 영화의 발견'에서 '신작의 발견' 코너 내레이션을 맡는다. 그와 인터뷰를 한 날은 마침 '신작의 발견' 첫 녹음이 있는 날이었다.

    "제안이 왔을 때 정말 좋았어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또 외국인이 내레이션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욕심이 나기도 했고요. 한국말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봐 걱정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감정전달을 잘해야하는데 과연 그것을 잘해낼 수 있을까 떨리고 걱정됩니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앞서 그는 영화 '초능력자'와 '은밀한 유혹'에 출연하며 한국에서 '연기자'로 데뷔했다. 얼마전에는 MBC 드라마 '엄마의 정원'에도 얼굴을 비쳤다.

    "방송 활동도 재미있지만 연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요. 촬영현장이 너무 재미있어요. 기회가 되면 계속 하고 싶어요. 한국영화를 정말 많이 봤어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고요. 최민식·하정우·김윤식·황정민 씨가 연기를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그분들의 연기를 유심히 봅니다. 드라마도 많이 봐요. '오 필승 봉순영'과 '빛과 그림자'에서의 안재욱 씨 연기를 좋아합니다."

    에네스 카야의 공식직업은 사업가다. 지난 5월부터 터키에서 주스와 탄산수를 들여와 파는 무역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연예계에서 종횡무진 중이다.

    "한국에 오지 않고 터키에서 대학을 나왔으면 아마 그냥 회사원이 됐을 거에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거죠. 뭘 하냐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살면서 여러가지 기회가 있는데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한국땅을 밟았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던 때였죠. 당시 아버지의 후배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계셨는데 아버지가 절 보고 한국 대학으로 유학가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때까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던 건 6.25밖에 없었고, 한국이 형제의 나라라는 것 정도였어요. 하지만 전 그로부터 열흘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한국어를 즐기면서 배웠다는 그는 2004년 한양대 정보기술경영학과에 입학한다. 졸업 후에는 컨설팅, 통역 등의 일을 했다. 2009~2010시즌 FC서울의 셰놀 귀네슈 감독의 통역관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한국여성과 결혼했다.

    "한국에서 12년을 보내면서 교통사고도 당하고, 턱이 부러져 두달 넘게 입원하기도 했고, 크게 사기도 당했어요. 고생을 많이 했죠. 하지만 단 한번도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반대로 여기 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왜냐고요? 여기를 좋아하니까요(Because I like here)."

    그는 "한국에서 살수록 터키와의 차이점을 별로 못 느낀다. 여러가지 모습에서 비슷하다"는 그는 "터키는 내 조국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현재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를 즐기고 있다지만 목표는 있다.

    "터키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높이고 한국과 터키 양국 관계의 발전에 제가 조금이라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양국은 형제의 나라이기도 하잖아요. 방송일을 하는 것도 돈을 벌자고 하는게 아니라 터키를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칼날 위에서 걷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제가 조금만 잘못해도 터키에 누가 되잖아요. 방송에서 터키 속담을 많이 얘기하는 것도 터키를 좀더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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