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를 벗겠다며 토크쇼에 출연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한 가수 서태지 때문에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1년간 지켜온 편성 합의가 처음으로 깨졌다.
KBS 2TV '해피투게더'는 9일 밤 11시8분부터 12시35분까지 87분간 서태지 편을 방송했다.
이를 두고 SBS는 "밤 11시대 75분 편성합의를 깬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SBS 관계자는 "지난 1년 한차례도 깨진 적이 없던 편성 합의를 KBS가 9일 깨버렸다. 명백한 합의 위반이자 시청자와의 약속을 깬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편성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피투게더'가 방송되던 9일 같은 시간 SBS는 '자기야'를 75분 편성했고, MBC는 파일럿프로그램 '제3의 눈 써드 아이'를 75분보다 적은 61분 편성했다.
MBC 관계자는 "사전에 KBS로부터 확대 편성에 대한 고지를 받지 않았다"며 "우리의 경우는 정규프로 대신 파일럿이 나가서 평상시와는 좀 다른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3사가 합의를 한 사안인데 약속을 깬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해 10월21일 평일 밤 11시대 프로그램에 대해 75분 편성을 합의했다. 광고를 포함해 방송 시작부터 끝까지 75분 내에 편성하기로 방송 3사 편성국장이 각사를 대표해 약속했다.
이 합의는 이후 지난 1년간 한차례도 깨지지 않고 지켜졌다. 아시안게임 등 특수한 경우는 예외로 했지만, 그외 평상시는 3사 모두 75분 방송을 지켰다.
단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이 시작하기 전날인 9월18일 편성표를 보면 밤 11시대 편성한 KBS 2TV '해피투게더'와 MBC TV '별바라기', SBS TV '자기야' 모두 시작시간이 1~2분 차이가 났을 뿐 전체 방송 시간은 75분으로 같았다.
이후 2주간은 아시안게임 중계로 정규편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4일 아시안게임이 폐막하면서 6일부터 다시 75분 편성 합의체제로 복귀했다.
지난 8일 밤에도 KBS 2TV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MBC TV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SBS TV '달콤한 나의 도시'가 이 원칙 하에 편성이 됐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서태지 편은 특집 편성의 개념이기 때문에 3사 합의를 깬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방송 3사는 평일 밤 10시 드라마와 11시 프로그램,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 각기 합의를 했다. 이는 광고시장이 갈수록 악화되고 매체환경이 변화하면서 3사가 불과 0.1~1%의 시청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18일에는 SBS '자기야'의 시청률이 6.5%, KBS '해피투게더'가 6.4%였는데, 3주만에 다시 맞붙은 상황에서 '자기야'가 5.6%를 기록하며 확대 편성한 '해피투게더'의 7.5%에 뒤진 것은 3사가 편성 전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단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3사는 최근에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 편성 1~10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SBS 관계자는 "KBS가 이런 식으로 합의를 깨면 또다시 3사가 편성으로 인해 소모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