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가슴이 아프네요' 17일 LG전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힌 김시진 롯데 감독(왼쪽)의 소식에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낸 염경엽 넥센 감독.(자료사진=윤성호 기자, 넥센 히어로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넥센의 시즌 최종전이 열린 17일 목동구장. 경기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올 시즌을 결산했다.
정규리그 2위, 플레이오프(PO) 확정의 수확. 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창단 첫 4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지난해를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염 감독은 "(막판 2위 싸움에서 밀렸던) 지난해 아픔이 올해 성적의 밑거름이 됐다"고 2014시즌을 돌아봤다.
위기도 있었다. 염 감독은 "5, 6월 선발 나이트를 교체하고 필승 카드 조상우가 다쳤을 때 방망이로만 4강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그때 마음에 사표를 품고 경기에 나섰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4위였는데 올해 4강에 가지 못하면 자존심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6월 13승7패, 7월 13승6패로 위기를 극복했다. 염 감독은 "당시 무너진 선발을 김대우, 하영민, 금민철 등이 메워줬다"면서 "또 밴 헤켄과 소사가 6월부터 제몫을 해주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사표 얘기에 김시진 롯데 감독도 화두가 됐다. 이날 김 감독이 LG와 시즌 최종전에 앞서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은 절친한 사이다. 지난 2012년 넥센에서 염 감독이 코치로 김 감독을 보필했다.
이후 2013년 염 감독이 후임으로 왔다. 당시도 염 감독은 김 감독에게 자문을 구했고,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얻어 취임했다. 이후 두 감독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 받으며 애환을 함께 하고 있다.
염 감독은 김 감독의 사퇴 얘기에 "가슴이 아프다"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배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알기 때문이다. 롯데는 우승 조급증에 구단이 임기가 내년까지인 김 감독을 사실상 식물 사령탑을 만들어 레임덕을 주도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염 감독은 "김 감독님이 주위에는 사정을 얘기하지 않아도 내게는 다 털어놓으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염 감독은 "오늘 홀가분하게 경기를 치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염 감독의 정규리그 최종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