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반란'은 계속된다. 준결승의 주인공은 성남FC다.
성남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2014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1999년 전신인 천안과 연고 이전 후 2011년 FA컵에서 정상에 올랐던 성남은 통산 세 번째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권에 그치는 성남이지만 단단한 수비로 리그 선두를 달리는 전북을 무너뜨렸다. 리그가 아닌 단판승부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경기 시작부터 주도권은 전북의 차지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성남은 빠른 역습을 통해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경기를 주도한 전북이나, 역습으로 맞선 성남이나 좀처럼 선제골을 뽑지 못했다.
올 시즌 다관왕에 도전하는 최강희 감독이 먼저 승부수를 꺼냈다. 전북은 후반 11분 정혁과 이승현을 불러들이고 FA컵 득점 선두 카이오와 측면자원 레오나르도까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동시에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대로 성남은 후반 35분 공격수 김동희를 빼고 수비수 윤영선을 투입해 연장전까지 대비했다. 이후 성남은 최전방 공격수 김동섭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수비에 가담했다. 결국 전북의 강력한 공세는 전후반 90분 내내 잔뜩 웅크린 성남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연장에 들어서도 전북의 일방적인 두드리기는 계속됐다. 연장 전후반 30분 내내 전북이 쉴새 없이 성남의 골대를 향해 슈팅을 쏟아냈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성남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승부차기를 대비해 박준혁을 불러들이고 전상욱을 투입해 마지막 교체카드까지 모두 활용했다.
승부차기에서도 두 팀의 팽팽한 균형은 이어졌다. 네 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한 가운데 전북은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이승기가 실축했다. 강하게 때린 슈팅이 골대 위로 벗어났고, 뒤이어 등장한 성남의 마지막 키커 박진포는 침착하게 전북 골키퍼 권순태의 뒤로 공을 차 넣었다.
같은 시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준결승 경기는 FC서울이 상주 상무를 1-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 승리로 서울은 전신인 안양 치타스 시절인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당시 안양은 결승에서 울산을 꺾고 유일한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의 승리를 이끈 결승골은 최근 국가대표팀 승선 후 소속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는 중앙 수비수 김주영이 넣었다. 전반 8분 김진규의 강력한 프리킥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듯 했지만 이 공이 골대에 맞고 나오자 파트너 김주영이 가장 먼저 달려들어 가볍게 밀어 넣었다.
군경팀으로는 FA컵 역사상 최초로 준결승까지 진출한 상주는 서울을 따라잡을 기회가 수 차례 주어졌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아쉬웠다. 특히 후반 9분 조동건이 텅 빈 골대 앞에서 슈팅한 공이 위로 솟구치는 장면에서 박항서 감독이 가장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