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야구

    'MVP 4인방'과 홀로 싸워 이긴 사나이

    LG 신정락, 28일 넥센과 PO 2차전 인생투

    '내 앞에 MVP는 없다' LG 신정락(가운데)은 28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올해 정규리그 MVP 후보 4인방인 상대 서건창-강정호-박병호-밴 헤켄(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과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사진=LG, 넥센/자료사진)

     

    28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2차전은 넥센의 우세로 예상됐다. 선발 투수 카드에서 LG가 다소 밀릴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LG는 신정락을, 넥센은 밴 헤켄을 냈다. 밴 헤켄은 명실공히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투수. 7년 만의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데다 탈삼진 2위(178개), 평균자책점(ERA) 3위(3.51)에 빛났다.

    반면 신정락은 올해 정규리그 15경기에서 고작 1승3패, ERA도 6.66이나 됐다. 누가 봐도 비교가 되지 않는 카드였다.

    더욱이 넥센은 자타 공인, 최강 타선.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 고지(201개)를 밟은 톱타자 서건창과 3년 연속 홈런-타점왕이자 11년 만의 50홈런(52개)을 달성한 4번 박병호, 사상 첫 유격수 40홈런과 100타점을 돌파한 5번 박병호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다. 이들은 밴 헤켄과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였다.

    ▲강타자 3인방 완벽 봉쇄…밴 헤켄과 대결도 우위

    하지만 신정락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MVP 후보 4인방과 당당하게 맞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날 신정락은 7회까지 삼진을 무려 10개나 솎아내며 사사구 없이 안타 2개, 단 1점으로 넥센 강타선을 잠재웠다. 최고 시속 145km의 직구에는 묵직하게 힘이 붙었고, 낙차 큰 커브와 포크볼은 타자들의 눈을 현혹했다.

    신정락이 28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LG 트윈스)

     

    6회까지 내야를 벗어난 타구는 2회 박병호의 좌익수 뜬공이 유일했다. 안타는 3회 2사에서 나온 박동원의 유격수 쪽 깊숙한 타구 1개였다. 점수를 내준 것은 2-0으로 앞선 7회 1사에서 유한준에게 내준 솔로 홈런이었다. 가운데로 몰린 시속 122km 커브는 이날 유일한 실투였다.

    이후 양상문 LG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왔다. 다음 타순은 박병호와 강정호,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교체가 아니라 격려, 그만큼 신정락을 믿었다. 그대로 마운드에 선 신정락은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 강정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서건창과 박병호, 강정호 트리오는 모두 신정락에게 봉쇄당했다. 특히 강정호는 3연타석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는데 2회 바깥쪽으로 크게 휘는 커브에 당한 장면이 압권이었다. 강정호는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신정락에게 홈런을 뽑아낸 선수였지만 이날은 완전히 당했다.

    밴 헤켄도 호투를 펼쳤다. 7⅓이닝 10탈삼진 4피안타 3실점(2자책),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투구였다. 그러나 5회 실점 과정에서 송구 실책을 범하는 등 옥에 티가 있었다. 신정락의 눈부신 쾌투에는 못 미쳤다. MVP 후보 4인방을 상대로 거둔 신정락의 완승이었다.

    ▲2010년 전체 1순위 이름값 당당히 확인

    이날 LG는 신정락의 호투와 막판 터진 타선에 힘입어 9-2 낙승을 거뒀다. 전날 3-6 뼈아픈 역전패의 아쉬움을 씻을 만한 기분 좋은 승리였다. MVP 후보 4명과 싸워 이긴 신정락은 승리 투수와 함께 PO 2차전 MVP에 올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정락은 "그냥 세게 던졌다"면서 이날 호투 비결을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직구의 힘이 많이 있었다"면서도 "(포수) 최경철 형이 볼 배합을 잘했고 수비, 특히 (동석한) 오지환이 잘 해줬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신정락이 28일 넥센과 PO 2차전에서 역투를 펼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자료사진=LG 트윈스)

     

    신정락은 지난 2010년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이후 3년 동안 36경기 1패 3홀드에 머물렀다. 구속과 구위는 좋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그러다 지난해 투구폼을 수정해 영점을 잡은 뒤 9승(5패)을 거두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1승에 머물렀다.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어느덧 27살, 올 시즌 뒤 입대해야 할 나이가 됐다. 공익근무을 앞둔 마지막 시즌이다. 그래서 더 절박했다. 신정락은 "(올해 입대하는 상황에) 그래서 더 오늘 전력 투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신정락은 이날 5회 이후 힘이 빠졌다. 준PO에서 3이닝도 채 던지지 않았지만 3경기에 등판, 대기하면서 체력 소모가 없을 수 없었다. 여기에 신정락은 올해 주로 중간 계투로 나섰다.

    그럼에도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신정락은 "선발 투수라 생각 안 하고 3이닝만 전력 투구하자는 생각으로 올라갔다"면서 "그런데 5회 지나니까 손아귀에 힘이 좀 떨어지고, 체력이 달리더라"고 털어놨다. 올 시즌 전체를 떠나 이날만큼은 진정한 MVP는 신정락이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