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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장르의 공격과 진부한 형식으로 침체
최근 미니시리즈, 주말연속극 등 정극 드라마에 눌려 다소 위축됐던 시트콤들이 부활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최근 tvN이 케이블채널 최초로 시트콤 ‘세 남자’를 선보인데 이어 MBC도 인기리에 방송됐던 ‘거침없는 하이킥’의 시즌 2격인 ‘지붕 뚫고 하이킥’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993년 SBS ‘오박사네 사람들’이 대한민국 시트콤의 서막을 연 후 지상파 3사는 경쟁적으로 시트콤을 쏟아냈다.
SBS ‘순풍 산부인과’가 전 국민적인 인기를 맞으며 90년대 시트콤의 황금기를 열었고, MBC는 ‘남자 셋 여자 셋’ 등 ‘청춘 시트콤’ 분야로 특화시키며 주제와 시청연령을 보다 다양화하는데 기여했다.
이런 분위기는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이어졌고 한국 시트콤은 승승장구하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그림자도 있는 법. ‘시트콤’이 전성기를 구가하며 독립적인 방송 장르로 자리 잡긴 했지만 성공한 시트콤보다는 실패한 시트콤 숫자가 훨씬 많다.
특히 최근에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제외하고는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2000년대 중, 후반에 접어들면서 점차 비슷비슷한 아류작이 양산되면서 소재가 고갈되고 캐릭터 또한 진부해졌기 때문이다.
가끔 ‘크크섬의 비밀’같이 참신한 소재를 내세운 시트콤들이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지만 시청률 면에서 고전하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인접 장르가 시트콤의 장점을 흡수해 변형, 발전해가면서 시트콤의 영역을 침식해 들어온 것도 상대적으로 시트콤의 매력을 반감시킨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큰 사랑을 받았던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 등의 드라마들은 시트콤 식의 상황설정과 코드를 접목했고, ‘우리 결혼했어요’ 등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상황 설정의 묘를 살리고 있다.
정해진 무대를 바탕으로 등장인물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웃음을 주는 방식은 더 이상 시트콤의 전유물이라 말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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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장르 장점 융합한 ‘시트콤의 역습’하지만 긴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시트콤은 여전히 재기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세 친구’, ‘순풍 산부인과’, ‘남자 셋 여자 셋’ 등의 시트콤은 종영된 지 몇 년이 지나고서도 여전히 종종 회자되고 있다.
좋은 콘텐츠만 확보하면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여지는 충분히 남겨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방송관계자는 “최근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시트콤은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라며 “따라서 장르 존폐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 ‘아류작’, ‘자기복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진화한 콘텐츠를 선보여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는 9월 7일 방송을 앞둔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즌 2가 아닌 전작의 후광을 넘어설 차별화된 재미있는 내용을 선보일 것을 예고중이다.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병욱 PD는 제작발표회장에서 “이전 작품인 ‘거침없이 하이킥’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고 내용이나 등장인물의 연결이 전혀 없는데 ‘하이킥’이라는 제목 때문에 전작의 속편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며 “주인공의 성격과 캐릭터 등도 전편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이지만 드라마적인 성격도 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트콤 특유의 에피소드나 캐릭터 강한 등장인물들 간의 충돌을 넘어 ‘이야기’를 통해 웃음을 주겠다는 의도다.
또, tvN 시트콤 ‘세 남자’ 역시 고학력 미취업자, 공처가, 바람둥이 돌싱 등이 겪는 일들을 통해 ‘시트콤=경쾌하고 밝은 이야기’의 공식을 깰 예정이다.
‘세 남자’ 역시 리얼리티를 강화하고 독특한 앵글과 촬영기법을 통해 기존 시트콤을 뛰어 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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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tvN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시트콤의 형식이 타 장르에 차용을 당하며 공격을 당했다면 이젠 시트콤이 타 장르의 장점을 융합해 역습할 차례”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시트콤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 방송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