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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건모가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어느덧 ‘까만콩’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데뷔한지 벌써 20년이 됐다.
김건모는 소담스럽게 골라 담은 베스트 앨범과 한층 성숙해진 13집을 들고 팬들 앞에 나섰다. 레게, 블루스, 록앤롤, 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도 고집스럽게 ‘김건모스러운 음악’을 지켜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눈을 한 두 번 깜빡 했더니 벌써 20년이 지나간 느낌이네요.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는데 이제서야 ‘음악을 이렇게 해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건모는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평탄하게 걸어왔다”고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자잘한 굴곡은 있었겠지만 20년을 보니 큰 굴곡은 없었다”며 회상에 젖었다.
“난 이제 45살이에요. 이제 앞으로의 20년을 봐야죠. 얼마 전 영화 ‘레이 찰스’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마지막 자막이 ‘이 이후로 레이 찰스는 25년간 미 전국에서 공연하며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인 거에요. 그걸 보고 ‘아, 나도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음악 하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웃음).”
그래서 새 앨범에는 ‘김건모스러움’을 담으려 했다. 타이틀곡도 ‘자서전’이다. ‘자서전’은 김건모의 역대 앨범 주요곡들 제목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잠못드는밤 비는 내리고’부터 ‘핑계’, ’잘못된 만남’, ‘스피드’, ‘미안해요’ 등 주옥 같은 그의 명곡들이 가사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건 사실 별로 없어요. 편하게 작업했죠. 터닝포인트가 됐던 MBC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 이후에 속내를 다 드러내고 나서 만든 앨범이라(웃음). 앨범 나온 것 보니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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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데뷔 20년차 김건모에게 올해초 있었던 ‘나가수’ 논란은 적지 않은 상처가 됐다. 김수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 뒤 7위에 머무른 그는 제작진의 ‘재도전’ 제의에 뜻하지 않게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7위’의 충격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대중의 비난은 ‘국민가수’라 불리던 김건모에게 20년만에 찾아온 최대 위기이기도 했다.
“그 프로그램이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녹음을 끝내놓고 마스터링이 나와 완성된 걸 들어보니 그 때 생각이 나더군요. 그 때 했던 생각이나 느낌 그런 것들. 앞으로도 안 잊어버려야 하는데 말이죠(웃음).”
‘나가수’ 사건 이후 김건모는 “터닝 포인트를 찍고 다시 음악 자체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새 앨범을 준비하며 지난 20년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며 “앞으로의 20년을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고민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BestNocut_R]
(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