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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전곡에 ‘19금 딱지’를 붙이려고 했었다. 그런데 초심이 변했는지 생각보다 그렇게 잘 안 나왔다. 오해 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포장은 했지만 사실 이번이 더 야하다”
십센치(10cm)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깔린 은근히 에로틱한 가사가 트레이드마크다. 이는 이들이 대중적인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 10일 발매된 이들의 두 번째 정규앨범 ‘2.0’은 이전과 달리 한층 다양해진 사운드가 돋보이지만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건 십센치 특유의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노랫말들이다.
십센치는 10일 오후 서울 홍대에 위치한 클럽 에반스에서 새 앨범 음감회를 열었다. 이날은 이들의 신곡을 라이브로 처음 공개하는 자리. 권정열과 윤철종은 감미로운 라이브와 함께 전곡에 재치 있는 설명을 덧붙이며 앨범을 소개했다.
메인 타이틀 ‘파인 땡큐 앤드 유’(Fine Thank You And You)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니 다 웃으시더라. 가사의 깊이와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1집 때는 귀에 꽂히게 하고 싶어서 사실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넣었었다. 이번엔 욕심을 조금 버렸다. 가사를 계속 그렇게 쓰면 질리거나 마음에 안 와 닿을 것 같았다.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 이야기인 것처럼 진정성을 담아서 썼다”
“비틀즈의 ‘렛 잇 비’ 같은 사운드에 도전했고 최대한 구현해보려고 했다. 아날로그 피아노에 드럼, 기타, 베이스 등 각각 30만 원이 넘지 않는 악기를 사용했다. 1960년대 사운드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어덜트 타이틀 ‘한강의 작별’ “어르신들이 들으면 딱 공감할 노래다. 실제로 가사를 한강에서 썼다. 최백호 선배님께 선사하고 싶었으나 욕심이 나서 우리가 불렀다. 원래는 굉장히 팝스러운 곡이었는데 뽕짝이 돼버렸다. 색다른 맛이 난 것 같아서 그대로 앨범에 담았다. 1집 때와 달리 고급스러운 단어도 넣었고 영어권 현지인들이 많이 쓰는 문장들도 있다”
‘냄새 나는 여자’ “제목 때문에 오해들을 하시는데 좋은 냄새가 나는 여자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향기 나는 여자’는 촌스러운 것 같았다. 보사노바 계열의 음악으로 1집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깊이 있는 장르다. 또 1집 때 없었던 야심찬 기타 솔로 파트도 있다”
“‘아메리카노’라는 곡으로 커피 광고를 찍었다. 우리는 항상 뮤지션은 너무 실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조 있는 철학을 갖고 음악을 하고 있지만 광고가 하루 고생하면 거금을 주니 좋더라. 이 곡으로 화장품 광고가, ‘파인 땡큐 앤드 유’로는 라면 광고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굳이 고려한 건 아니지만 가사에 그런 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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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꽃’ “이번 앨범 노래 중 가사가 가장 아름답다. 원래 가사는 막 발가벗고 그랬다. 그런데 이럴 때가 아니다 싶어 문학적인 깊이를 넣어 전면 수정했다. 결국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이 익어가는 모습을 담았다. 저희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 아닌가 싶다”
‘고추잠자리’ “연인에게 좀 더 깊은 대화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조르는 곡이다. 십센치면 또 졸라야 하지 않겠는가. 조르고 애걸복걸하는 가사를 안 쓰려고 했는데 근성이 원래 졸라서 얻고 그런 스타일인가 보다. 이 곡은 기존의 발랄한 노래를 좋아하셨던 분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 사운드의 변화가 많이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19금 타이틀 ‘오늘 밤에’
“포기 못 한 위험한 한 단어 때문에 19금을 붙였다. 이 노래는 십센치가 처음으로 가사에 이 단어를 넣은 게 고무적인 일이다.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넣을 만한 곡이 없었다. 이번에 이 단어에 소리를 일부러 많이 키웠다. 페스티벌에서는 손동작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클린버전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단어로 대체하면 없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적정선에서 잘라버렸다”
십센치의 노랫말은 노골적이고 야하기도 하지만 결코 천박하지는 않다. 그 적정선을 잘 알고 또 잘 풀어내기에 큰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십센치는 이번 앨범을 전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했다.[BestNocut_R]
“우리는 야한 거 진짜 좋아한다. 한국 음악 보면 야한 게 사실 별로 없다. 어른들이 음악을 많이 듣는데 어른 이야기는 없다. 우리는 그걸 거르지 말고 담을 수 있는 만큼 담고자 했다. 하지만 초심을 잃었는지 이정도로 나왔다”
“2집은 사운드에 콘셉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우리처럼 탁한 사운드가 어울리는 팀이 없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1집보다 더 촌스럽게 했다. 1집 땐 연주는 투박하지만 사운드를 세련되게 하려고 했다면 이번엔 사운드를 투박하게 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