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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실한 답변으로 논란을 빚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5일 결국 불발됐다.
당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적격'과 '부적격'을 모두 기재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자질 부족'을 이유로 채택을 거부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겉으로는 '여당 강행', '야당 반대'로 양분된 모습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내심 보고서 채택 무산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상임위의 한 의원은 "야당 간사간의 협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내 기준에는 정말 못 미치는 인물"이라며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후보자를 당연히 교체해야 한다. 지난 청문회 때 모습을 보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다 걱정했던 인물인데 보고서 채택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중요 부처인 해양수산부 장관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에 내정된 장관들 중에 제일 잘못된 인선"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여당 의원들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 전부터 윤 후보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 부활한 해양수산부는 지역 민심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부처인데 다른 무엇보다도 '자질 부족'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연구원 경력이 대부분이어서 실무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한 의원은 사석에서 "지금까지 여당의원으로서 도덕성보다는 능력과 자질이 중요하다는 논리로 밀어붙여 왔는데, 이런 논리마저 깨지고 자질까지 의심되는 윤 후보자를 도저히 지원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도 "박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해수부 장관에 내정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관료들이 얼마나 상황 파악을 잘하는데 그 청문회를 보고 윤 후보자를 존경하고 따를 수 있겠나. 업무공백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차에 5일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무산은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상임위가 사실상 채점 자체를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야당의 공세를 받음으로 인해 '부적격'을 굳이 보고서에 기재해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전체회의를 열긴 열되, 보고서 채택이 결과적으로 무산됨으로써 에둘러 윤 후보자에 대한 거부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야당으로서도 능력과 자질이 없는 후보에 대한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로써 양당 모두 '실리'를 챙겼다.[BestNocut_R]
물론 보고서에 아예 '부적격'으로 적어 청와대에 전달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담긴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당의원은 "박 대통령이 오히려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였다고 본다"며 "일종의 충언으로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처로서의 기능이 망가지고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윤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 본인과 참모진들이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박근혜 정부로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잇단 인사 실패의 부담을 지고 있는 박 대통령이 또 한 명의 낙마자를 선택할지, 인사 실패의 '정점'을 찍는 것으로 회자되는 윤 후보자를 장관직에 임명할지 정치권의 관심은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