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원들이 4일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광장에서 시사교양국 해체 및 부당인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영화 <제보자>의 주인공으로 '황우석 사태'를 비롯해 MBC의 대표적인 사회고발물을 제작해 온 한학수 PD는 지난달 31일 신사업개발센터로 전보됐다. 당사자에겐 일언반구 없는 인사였다.
이 부서 사무실은 MBC 신사옥이 아닌 광화문 한 빌딩에 있다. 지난 주말 이틀간 사무실에 가구가 비치되는 등 급조된 신사업개발센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한 PD는 모른다. 또 몇 명이 그곳으로 가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2009년 한국 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하고,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원회가 주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이춘근 PD는 MBC 사측으로부터 갑작스런 교육 명령을 받았다. 이유는 ‘업무 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라는 것.
그는 3일 가나안농군학교에 입소해 2주간 농장 견학, 효 사상과 실체, 낱알의 철학(식탁교육), 공동체적 삶의 체험, 고정관념의 탈피와 창의력 등의 수업을 받는다.
MBC는 지난달 31일 교육발령 대상자 12명을 포함해 110여 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기자회장을 역임한 28년차 고참기자도, 색다른 형식의 인터넷 뉴스 프로그램으로 회사 안팎의 기대를 받던 젊은 기자도 교육 발령과 인사 대상자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MBC본부 노조)는 4일 정오 서울시 상암동 MBC 신사옥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실 개편, 보복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본부노조 측은 “최근의 교양 제작국 해체로부터 시작해 멀쩡히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있던 PD와 기자들을 엉뚱한 곳으로 발령내고 저성과자로 낙인찍은 것은 ‘눈엣가시’ 같던 PD와 기자들에 대한 탄압과 배제”라며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사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보복성 인사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보와 교육 발령 대상자에는 2012년 파업과 관련해 1심 재판에서 이긴 당사자과 증인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본부노조 측은 "단협에도 규정돼 있듯이 인사발령은 사전에 사원과 협의해야 하고 당사자 의사를 존중해야하는데 사전 협의도 통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부노조는 "조직 개편과 인사 발령의 부당성을 알리고 무력화 시키는 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향후 인사 발령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하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취재기자들 한편에는 사측이 설치한 삼각대 위의 작은 캠코더가 기자회견에 나선 노조원들을 그대로 찍고 있었다. 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