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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쿼바디스', 교회 '디스' 아닌데…"

    [노컷 인터뷰] 다큐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한국교회, 어디로 가시나이까"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 (황진환 기자)

     

    “제목이 ‘쿼바디스’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이번엔 뭘 '디스'했냐고 하더라고요. '디스' 아닌데…(웃음).”

    한국의 ‘마이클 무어’라고 불리는 김재환 감독이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뭘 또 디스했느냐’라는 질문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2011년 ‘트루맛쇼’로 거짓 맛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미디어 권력’을, 다음 해 ‘MB의 추억’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중심의 ‘정치 권력’을 소위 ‘공격’이라는 의미의 ‘디스’한 바 있다.

    그런 그가 교회를 소재로 한 다큐 ‘쿼바디스(Quo Vadis)’를 제작한다고 할 때부터 ‘교회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13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용산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환 감독은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지금도 교회를 다니는 크리스천”이라며, ‘쿼바디스’는 교회를 향한 ‘애정’에서 시작했음을 가장 먼저 밝혔다.

    변명이 아니다. 교회를 공격하려 했다면 치부를 드러내며 혐오감만 들게 하면 됐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배임 문제로 법정에 들어가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향해 "예수 믿는 것 맞습니까?", "교회가 당신들 영업장입니까?"라고 외친다. 얼핏 보면 대형교회 목사를 향한 디스 같지만 사실은 ‘한국교회가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느냐’는 애절한 절규이다.

    교회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래서 영화 제목이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의미의 라틴어 ‘쿼바디스’이다. 신약성경 요한복음에서 베드로가 예수에게 던진 이 질문을, 김 감독은 목사 개인이 아닌 영화를 보러 온 관객, 나아가 한국의 모든 개신교인에게 던진다.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이 미디어와 정치 권력을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너머에는 ‘시청자’와 ‘유권자’에게 질문을 던진 겁니다. ‘쿼바디스’ 역시 한국교회 성도에게 묻는 거죠. 교회가 이렇게 될 때까지 크리스천인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자고요. 예수님이 지금의 한국교회를 보시면 과연 기뻐하실 수 있을까요.”

    ◈ "줄어드는 성도수보다 교회가 신뢰를 잃는 게 더 걱정"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정확한 병을 확인해야 하듯, 김 감독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관객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민낯을 대면하게 한다.

    ▲사랑의교회의 초대형 교회당 건축과 교회 내 갈등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횡령·배임 문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의 교회 세습 ▲삼일교회 전병욱 전 목사(현 홍대새교회 목사)의 성폭력 등 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쟁점 된 사건들이 주요 골격이다.

    이외에도 ‘평화 기도회’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강연하게 하는 모순적인 교회의 행태와 과거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해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어 축복하는 목사들의 모습이 영화에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 (황진환 기자)

     

    아쉬운 부분은 해당 목사들을 직접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1년 반가량 영화를 촬영했어요.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목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응해주지 않더라고요. 공문을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바쁘다는 답만 오고.”

    목사들이 다니는 길목에서 며칠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나마 법정에 들어가는 조용기 목사와 아들 조희준 씨를 짤막하게나마 카메라에 담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촬영 과정을 ‘마이클 모어’(이종윤 분)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통해 바라본다. 목사들 역시 대역으로 등장한다. 촬영을 피하고, ‘교회는 세상과 다르다.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거다’라는 목사들의 대답은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 것처럼만 보여 답답하기만 하다.

    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영화에 등장하는 마이클 모어 감독(이종윤 분)이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신축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제공 사진)

     

    영화에는 주로 초대형교회가 등장하지만 김 감독의 지적에는 중소 교회 역시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을 뿐이지, 그들 역시 ‘대형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목사들이나 신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성도수가 줄고 있는 것을 걱정해요. 하지만 저는 성도수가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면 해요. 크리스천이라면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양심을 지키고, 약한 사람들을 돌봐줘야죠. 지금처럼 지탄받는 상황에서 성도가 많아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김 감독의 주장은 교회가 규모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버리고 더 작아지더라도 본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목사에 대한 의존적인 신앙을 버리고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예수의 모습을 되찾는 데 평신도들이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예수께서도 타락한 교회에 분노해 예루살렘 성전에서 좌판을 엎으셨거든요. 사람들이 우선 교회의 민낯을 대면하고 그다음 처절한 회개를 하는 게 교회 회복의 시작이라고 봐요. ‘쿼바디스’가 그 계기가 되면 감사할 일이죠.”

    오늘날 교회의 탐욕과 성장주의, 승리주의, 성직주의를 비판하는 영화 ‘쿼바디스’는 12월 10일 개봉한다. 독립영화 전용관에서는 상영이 어느 정도 확정됐다.

    다만 멀티플렉스는 상영 여부는 지금도 미지수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는 ‘멀티플렉스에서는 이 영화를 보기 힘들 수도 있어요. 항의가 오면 곧바로 내려버리니까요’라는 자막도 나온다. 실제로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시사회 전날 상영 취소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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