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이 돌아왔다 (사진 제공/KBL)
"너무 힘들어서 다리도 떨리고 팔도 떨렸어요. 생각도 많았습니다. 먼저 2개를 넣고 상대가 작전타임을 못 부르게 마지막 세 번째는 넣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1구가 안 들어가는 바람에... 그때는 정말 초긴장 상태였죠"
부상 복귀 첫 날부터 가혹한 시간이 찾아왔다. 남은 시간은 1초, 스코어는 91-92, 자유투 3개를 얻었다. 89.8%의 놀라운 확률로 통산 자유투 성공률 부문 1위(10개 이상 성공 기준)에 올라있는 천하의 조성민(31·부산 KT)조차 긴장감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계획과는 달리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조성민은 조성민이었다.
2구와 3구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결국 스코어를 뒤집었다.
93-92, 복귀전 승리가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조성민의 손 끝에서 마무리됐다.
조성민은 3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서울 삼성을 상대로 그토록 기다리던 코트 복귀전을 치렀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로 소속팀에 복귀했지만 무릎 연골 손상이라는 부상 악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성민은 곧바로 수술을 받았고 재활을 거쳐 2014-2015시즌 개막 후 약 두달 만에야 처음으로 코트를 밟았다.
부상 후유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성민은 17분 동안 뛰면서 19점을 올렸다. 1,2차전 연장전에서만 합계 10점을 몰아넣었다. 특히 91-92로 뒤진 2차 연장전 종료 1초 전, 자유투 2개를 성공시켜 93-92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조성민은 경기 시작 전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조성민은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엄청 긴장했다. 마음 속으로 내가 들어갈 타이밍이 언제일까 계속 생각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몸을 풀어보라는 얘기를 들었고 3쿼터에 출전했다. 초반에 잘 풀려서 전체적으로 잘 풀렸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경기 투입 1분 만에 득점을 올렸고 39초 뒤 또 한번 득점을 터뜨렸다. 이후 긴장감 대신 집중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무릎 걱정도 내려놓았다.
조성민은 "경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열심히 운동을 했지만 주위에서 계속 조심해라, 무리하지 마라,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희한하게도 코트에 들어가니까 그런 생각을 잊게 됐다. 투입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이 많았는데 득점을 하고 많이 와주신 팬들의 응원을 들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조성민이 자리를 비운 사이 KT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8연패 늪에 빠졌고 이후에는 이재도, 김현수, 김승원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반등하고 있다.
조성민은 "3연패를 할 때까지만 해도 선수들에게 커피도 사주고 힘 내자고 격려도 했는데 너무 많이 지니까 말도 못하겠더라. 장난도 못 쳤다"며 "8연패 뒤에 후배들이 잘하고 있다. 애들도 많이 깨달았을 것이다. 특히 이재도는 이제 다들 무서워하는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