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의 증언이 나왔다.
유 전 장관은 조선일보와의 이메일 접촉 등을 통해 지난해 8월 청와대 집무실로 자신을 불러 수첩을 꺼내 문체부 국장과 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가 맞다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박 대통령이 교체를 지시한 국장과 과장은 노 모 체육국장과 진 모 체육정책과장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해당 업무에서 손을 떼고 한직에 배치됐다.
두사람의 교체는 승마협회 비리에 대한 조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와 체육계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딸이 승마 선수인 정윤회 씨 부부가 원하는대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자 조사의 주무를 맡았던 두 사람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조사 당시 제기됐다.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는 정윤회 씨 부부 딸의 전국대회 및 대표선수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특혜시비 등이 일자 체육계 비리 척결 차원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문화부가 직접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부는 이 조사를 통해 정윤회 씨 쪽이나 반대편이나 다 문제가 많아서 정화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청와대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 지시로 특별감사를 추진해 (정윤회 씨가 전달한) 살생부에 오른 인사들에게 사퇴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이 문화부 두 간부의 인사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사실을 공식 확인해 줄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유 전 장관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전격 사퇴와 관련해서도 체육을 담당하는 김종 문화부 2차관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인사장난'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전화를 꺼놓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보도 내용에 대해 박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일이어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당내 회의에서 "한 나라의 장관까지 지낸 분까지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유 전 장관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