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에게 장관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과장 교체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은 김종덕 현 장관이 관련 국장을 무능한 공무원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실제로 노 국장은 2012년과 2013년 최고 등급인 S와 그 아래 등급인 A등급을 받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노 국장이) 소극적이고 안이했다"는 청와대 해명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부 사정에 정통한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6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이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의 전격적인 교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털어 놓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진룡 전 장관이 입을 연 것은 김종덕 장관이 그렇게 유능한 노 국장을 무능하다고 한 데서 마음이 심하게 상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김 장관이) 노 국장을 무능한 사람으로 표현한 데 대해 이대로 놔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무리가 따르더라도 문화부를 망치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4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 국장 경질 이유와 관련해 "청와대 지시에 의해 그런 일(문체부 국·과장 인사)이 이뤄졌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면서 "아마도 업무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회견 내용이 알려진 이후 유 전 장관은 5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뒤 수첩을 꺼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라고 밝혀 정국을 흔들어 놓았다.
청와대는 유 전 장관의 인터뷰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교체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교체 지시의 근거는 민정수석실에서 올라온 보고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체육계 적폐해소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는데, 이후 박 대통령이 민정수석실로부터 그 원인이 담당 간부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에 따른 결과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국장의 업무 평가는 현 정부에서도 양호했던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현 정부 취임 첫해인 지난해 말 A등급을 받았고, 이명박 정부 마지막인 2012년에는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현행 공무원 평가는 S,A,B,C의 네 등급으로 구분된다. 공무원 평가는 S 우수, A 양호, B 보통, C 미흡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최고 등급인 S와 그 아래 단계인 A를 받은 공무원을 무능하다고 낙인찍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문화부 내에서도 노 국장에게 '무능', '소극적', '안이' 등의 부정적 수식어가 붙는데 대해 답답해 하거나 청와대가 무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노 국장이 무난하게 업무 수행을 잘 하는 스타일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