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정윤회 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공금횡령으로 실형을 받고 자격이 박탈됐지만, 지난해 버젓이 심판에 이름을 올리고 아시안게임 승마담당 준비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정씨의 딸이 승마계에서 성공할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한 박 씨가 정씨의 경기결과와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짙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윤회 측근, 공금횡령 실형에도 버젓이 심판박 전 전무는 지난 2005년~2006년 승마협회 공금 8700만원을 횡령해 1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2010년 6월에 출소했다.
하지만 그는 복역을 마친 후 2년 6개월만인 지난해 초 심판으로 복귀했다. 이는 엄연한 승마협회 규정 위반이다.
'심판원 관리 시행세칙'을 보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형이 종료돼 3년이 경과 된 자'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박씨는 이런 규정을 어기고도 아무 탈없이 심판으로 등록됐다.
한 승마 심판은 "규정상 (박씨가) 심판자격을 가질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박 씨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준비위원으로 임명됐다. 이 역시 '승마협회와 관련된 업무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른 인사는 향후 10년간 협회의 임원 및 분과위원 등 그 어떤 일도 할수 없게 한다'는 지침을 어긴 것이다.
실제로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승마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 박씨는 아시안게임 준비위원 자격으로 대회 푸팅(footing) 등 지원 업무를 위한 회의 참석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 씨가 다른 심판에게 아시아게임 승마부분 감독관으로 추천해줄 것을 종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승마계 관계자인 A씨는 "올해 3월 상주승마대회 심판으로 참석한 한 심판이 머문 호텔에 승협회회 고위인사 두명이 찾아와 현재 자격정지인 박씨를 승마부분 감독관으로 추천해 줄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승마담당 준비위원회 결성 과정에서 박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원래는 (분과) 위원장이 협회 전무가 돼야 하는데 이름만 올려놓고 전부 박씨가 처리했다"고 말했다.
◈박씨 아시안게임 준비위원..정씨 딸은 국가대표 선발
박씨가 이런식으로 무소불위로 승마협회를 좌지우지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는 정윤회씨의 입김이 직.간접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체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씨는 정윤회 배후설을 처음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을 찾아가 자신이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을 돕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승마계 관계자도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씨가 수차례 '정씨가 딸을 잘되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씨의 딸인 정모 선수의 성적을 보면 이런 개연성을 충분히 가늠해볼수 있다.
정씨 딸은 2010년의 경우 한 차례(전국 단체승마대회 마장마술경기 초.중등부 1위) 수상 경력이 전부였지만 2011년엔 9차례였다가 지난해엔 총 24회의 수상 실적을 거두며 성적이 수직상승했다.
공교롭게도 정 선수의 성적이 갑자기 좋아진 지난해는 박씨가 무자격 심판으로 복귀했던 때와 맞아 떨어진다. 박씨는 실제로는 경기를 맡지는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넣었을 개연성도 배제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