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총장후보자 선거규정개정안을 두고 또 충돌하면서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합의안 파기에 교수회가 집단대응에 나설 방침인데다 최근 총장직무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확대되면서 현 김기섭 총장 체제가 고비를 맞은 모습이다.
부산대 교수회는 9일 정기총회를 열고 부산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규정에 대해 교수회 안과 대학본부 안을 두고 투표를 벌인 결과 직선제를 고수하자는 교수회 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677표 가운데 직선제 절충안인 교수회 안이 568표인 83.9%를 득표했고, 대학본부 안인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는 15.9%인 109표에 그쳤다.
교수회안은 대학 자율성의 상징인 직선제를 유지하되 그간 진흙탕 싸움, 파벌 간의 흑색선전 등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2차례 이상 총장 후보 출마 금지, 학교 발전기금 2천만 원 출연 등을 골자로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 측은 총회에 상정된 안이 학교 측의 최종안이 아니어서 투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현재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의 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회 측은 당초 대학본부가 총장선출제도위원회를 꾸려 당초 지난 6월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이제 와서 대학의 자율성의 상징인 총장직선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학본부가 만들고 있다는 총장선출제도위원회는 결국 '깜깜이 선거'가 되면서 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로또 선거'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1991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총장 직선제가 돈 선거, 학내 파벌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간선제인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꾸려 총장을 선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총장임용추천위원회 위원은 50여 명 이내로 하되 위원회 중 외부인사가 1/3 이상이어야 하고, 내부위원의 경우에도 무작위 추첨에 의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대부분 외부위원 1/3 이상이라는 최소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대체로 총장임용추천위원을 48명으로 구성하고 그 중 36명을 내부위원으로, 12명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있다.
교수회 측은 학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대학 총장을 뽑는데, 선거 하루 전날 오로지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위원을 구성하는 것은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운 부산대 교수회장은 "교육부가 일선 대학에 간선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재정 지원 중단이라는 무기로 압박하고 있다"며 "특히, 교육부의 방식대로라면 후보자 난립, 소송 남발, 공정성 논란 등 직선제의 폐해보다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어떤 사람의 인맥이 더 두터운지, 즉 내부위원은 물론이고 외부위원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그야말로 '로또 선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총장임용추천위원을 통해 총장 선출에 나섰던 경북대는 '깜깜이 선거'를 겪으면서 선거를 두 번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총장 선출안을 두고 대학 측과 교수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수회의 총장에 대한 직무평가 결과 70%가 매우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등 심각한 불신까지 드러내고 있어 김기섭 총장 체제가 최대 고비를 맞은 모습이다.